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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로 오는 밤 기차에서 경주를 지날 무렵 논문이나 책을 읽는게 불가능하다 판단하고 노트뷱을 무릎 위에 두고 를 둘러싼 일련의 공중의 분할구도를 반박하고 이를 해체하여 를 온전히 비평, 비판하여야 한다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실컷 키보드를 두들기다가 누군가의 글을 읽고 사기가 확 꺾여 버렸다. 과거에 비해 많이 인간이 되어서 욱하지 않는다고 답답함에 즉각적으로 반응치 않는다 여겼는데 아직 수련이 부족한가 보다. 견디기 힘든 답답함에 노트북을 내렸다. 서경주 역에서 산 넘어로 진 마지막 빛과 구름, 플랫폼의 나무가 만든, 찍으려다 눈으로만 담은 그 풍경을 떠올려 맘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그 사이에 동대구행 열차는 대구 동북부 아파트촌의 불빛 앞을 달리더라. 휴 아직 인간 되려면 멀었구나 싶다. 내 짜증과 홧.. 더보기
. ​​​ 서쪽 하늘로 빛이 물러나고 있다. 마치 세계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드러내고 규정하는 것 같던 그 강렬한 빛이. 동쪽의 들판과 하늘은 서서히 빛을 잃어간다. 간헐적으로 하늘의 구름이 서쪽의 석양을 노랗고 붉게 비춰주지만 빛은 떠나가고 있다. 들판의 벼와 돌과 풀들이 하나로 뭉텅그려져 색의 뭉치로 보인다. 그토록 모든걸 섬세히 드러내던 빛이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다. 대구에 도착 할때쯤이면 온전히 어둠과 인공의 빛만이 남을 것이다. 이곳들이 불과 몇 시간 전 내가 본 그 찬란한 들판이었나 의심하고 스스로 물으며 오전의 기억을 되살려 보지만 기차는 그 기억이 호출 되는 것 보다 빠르게 모든 풍경을 과거로 밀어낸다. 이젠 내가 기억 하는게 좀 전의 풍경인지 오전의 그것인지를 생각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오.. 더보기
. 동해남부선 경주역을 넘어온건 참 오랜만이다. 경주-불국사역 사이 동쪽 풍경은 구 해운대-송정의 해안 노선 만큼 아름답다. 산이 하늘이 들판이 나무가 저 초록이 저 파랑이 저 모든걸 비추는 태영이 모두 찬란하다. *직선 고가화가 무조건 답일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생긴다. 뭐 내가 정책결정권자는 아니지만...지상 선로가 주는 경험, 감각들이 있다. 모이면 역사가 되는....​​​ 더보기
능소화의 마지막을 찍던 어느 낮의 골목 ​​​​​​ 2017.7.25. 대구 진골목. iPHONE 6로 촬영 덕구가 찍어줬다 ㅎ Photo by moorlin 더보기
오래 된 이들이 각자의 집으로 간 새벽의 메모 과거를 파먹고 사는 관계들은 그 자체로 대단히 재밌고 흥미가 진진하진 않지만 놀라울 정도로 감정적으로 안정되고 공유되는게 많은 관계다. 어느새 돌이켜 보면 주변에는 같이 과거를 파먹는 관계들...아 그 놈의 과거는 아무리 시추하고 채굴해도 마르지 않고 마멸되지 않는다...이 대다수가 되었다. 그런데 이 관계 속에 있으면 뭔가 다른 본원적인 감각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늘 과거를 파먹는 관계가 관계의 주류가 되어선 안된다 생각하는데 이것이 주는 이 안온함과 달콤한을 놓기가 참 힘들다. 돌아서면 남는 여러 아쉬움들이 이 관계의 속성을 방증한다. 아마 그 잔여물이 내가 온전히 원하는 것, 그건 현재일수도 있고 욕망하는 미래일수도, 아니겠나 생각해본다. 주머니에서 세필을 하나 꺼내서 아무 백지장에 어떤 설계도 두.. 더보기
원더우먼(2017) 원더우먼(2017) DC 코믹스가 MCU를 따라 자사의 원작들을 실사 영화화 하기 시작한 첫 작품 (2016)이 대중과 평론계 모두로 부터 거의 급 혹평을 받은 이후 DC의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는 엄청난 대중적 우려를 돌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2017)은 DC 코믹스 히어로 영화의 사실상 새로운 국면을 여는 영화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상대적으로 배트맨이나 슈퍼맨과 같이 DC르 상징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에서 무척 뜬금없이(그리고 적응 안되게) 나온 원더우먼의 영웅서사로 DC는 가 만든 거대한 인식의 장벽을 뚫고자 했다. 직전작 에 비하면 비록 대단한 국내에서의 상업적 흥행은 아니지만 영화 자체의 평은 무척 괜찮은듯 하다. 영화 상영을 전후해 원톱 주연인 원더우먼 ‘다이.. 더보기
분권은 정말 우리가 처한 청년 문제에 유의미한 해법일까? 분권이 이것을 해결 할 수 있을까? 분권은 정말 우리가 처한 청년 문제에 유의미한 해법일까? 분권이 이것을 해결 할 수 있을까? 0. 어제 지방분권추진운동 대구경북본부 주관 세미나에 다녀온 이후 ‘분권’이란 화두에 포획되어 그에 관한 사고의 연쇄에 갇혀 버렸다. 이는 오늘 오전까지 이어진 이 보잘 것 없는 사고의 연쇄애 대한 메모이다.(http://seehun.tistory.com/439 에서 이어진다) 어제 난 청년 문제나 내부식민지화 된 지방의 문제가 단순 분권이라는 정치, 행정적 혁신만으로는 해소가 불가능 함을 지적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제조업 대공장과 같이 노동공급을 흡수 할 수 있는 산업의 문제, 대학이 한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와 위상의 문제이며 그 근대국가가 자본주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만들어낸 결과임을 지적했다... 더보기
'아래로의 이전'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가? '아래로의 이전'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가?0. 이건 오늘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와 대구광역시 청년위원회가 주관한 세미나를 다녀오며 든 몇 가지 소회와 의구심에 대한 정리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정식 글을 좀 내볼까 하는 고민 역시 존재한다.0-1. 오늘의 핵심 주제는 지방 청년 문제이다. 주변의 분들은 주지하다시피 이 문제는 내가 한국 자본주의나 한국 사회운동사와 더불어 가장 뿌리내리고 사는 주제란 것을 알 것이다. 그런데 오늘 세미나에서는 유감스럽게'지방-청년'이라는 한국 사회에서의 고유한 층위를 가진 집단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이것이 '지방' 따로 '청년' 따로 논다는 느낌을 너무나도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일부 발표는 너무나도 개별 사례 중심으로 진행하며 자신이 제시한 물음에 대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