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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정념적인, 사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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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로 오는 밤 기차에서 경주를 지날 무렵 논문이나 책을 읽는게 불가능하다 판단하고 노트뷱을 무릎 위에 두고 <군함도>를 둘러싼 일련의 공중의 분할구도를 반박하고 이를 해체하여 <군함도>를 온전히 비평, 비판하여야 한다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실컷 키보드를 두들기다가 누군가의 글을 읽고 사기가 확 꺾여 버렸다. 과거에 비해 많이 인간이 되어서 욱하지 않는다고 답답함에 즉각적으로 반응치 않는다 여겼는데 아직 수련이 부족한가 보다. 견디기 힘든 답답함에 노트북을 내렸다. 서경주 역에서 산 넘어로 진 마지막 빛과 구름, 플랫폼의 나무가 만든, 찍으려다 눈으로만 담은 그 풍경을 떠올려 맘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그 사이에 동대구행 열차는 대구 동북부 아파트촌의 불빛 앞을 달리더라. 휴

아직 인간 되려면 멀었구나 싶다. 내 짜증과 홧기가 아파트들의 조명과 참 난감하게 비현실적으로 어울러지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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