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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피질의 낭비

올바름, 훈육국가의 회귀(대구신문, 2015. 11. 22) 올바름, 훈육국가의 회귀(대구신문, 2015. 11. 22) 이시훈(본색 소사이어티 대표,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2000년대 중반에 나온 일본의 만화 가운데 ‘도서관 전쟁’이라는 작품이 있다. 일본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여러 속편과 외전,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나오기도 했던 이 만화는 매우 독특한 세계관을 전제하고 있었다. 이 만화의 이야기를 끌고가는 추동력은 미디어 양화법이라는 특수한 정치적 환경으로부터 연원한다. 21세기 일본 의회에서 통과 된 ‘미디어 양화법’은 미풍양속과 건전한 사고를 헤치는 것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일본 정부의 특무 기관에 의한 검열과 검속을 합법화한 법이었다. 그리고 이 특무 기관 양화대에 의한 무차별적인 검열과 언론, 출판, 표현, 예술 탄압에 대.. 더보기
들리지 않는 당신들에게(대구신문 2015.11.1) 들리지 않는 당신들에게(대구신문 2015.11.1) 이시훈(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본색소사이어티 대표) 한 가족이 있다. 부부와 큰 딸, 작은 아들로 구성된 평범한 가족이다. 하지만 만약 이 가운데 딸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데, 다른 세 가족은 이 문제를 이해할 수가 없다. 문제를 호소하는 딸과 이해하지 못하는 세 가족은 갈등하고, 오해와 갈등이 조금씩 쌓여 간다. 사실 딸은 다른 가족들에게 없는 어떤 다른 감각이 존재한다. 이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다른 가족들에게는 딸은 그저 이해하기 힘든 존재일 뿐이다. 위의 글은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줄거리 얼개를 가족의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미라클 벨리에’는 청각과 언어 장애를 가진 가족들을 둔 소녀인 폴라 벨리에가 가족과 사회의 의사소통 .. 더보기
존재의 이유 (영대신문 1617호, 2015년 9월 30일 발행) 존재의 이유(영대신문 1617호, 2015년 9월 30일 발행) 이시훈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우리가 오감으로 인지하는 세계는 존재들로 가득한 세계다. 그리고 동시에 세계는 이 존재들이 자기의 존재를 정당화하고 자기 정립을 위해 투쟁하는 세계이다.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존재하는 제도란 본래 존재하지 않는다. 요컨대 제도 역시 설계되고 구상되는 단계에서부터 어떤 종류의 문제, 현실, 필요로부터 도출되고 다양한 경험과 논리를 통해 그것을 정당화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물론 모든 제도가 내적, 외적 정당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독재나 권위주의, 전체주의의 유산이나 현재의 맥락 내지 현실로부터 동떨어진 ‘망령’은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의 역사는 정당성을 상실한 수많은 ‘망.. 더보기
원래, 그냥, 그렇게, 그곳에(대구신문 9월 20일) 원래, 그냥, 그렇게, 그곳에(대구신문 9월 20일) 이시훈 대개 우리는 생활공간 속에서 수많은 언어들 속에서 살아간다. 언어와 늘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까? 때로 우리는 언어들이 ‘원래, 그냥, 그렇게, 그곳에’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은 어쩌면 일상의 우리 생활공간에선 유효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창시절 외국말과 글을 우리말과 글로 옮길 때 종종 ‘적정한 어휘’를 고르는 일로 씨름하거나, 시를 쓰며 그 결과 흐름에 맞으면서 의미에 부합하는 시어에 고뇌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하나의 작은 단어조차도 ‘원래, 그냥, 그렇게, 그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이것은 바로 흔히 말하는 언어의 ‘결’ 때문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옮긴다면 언어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연과 그것의 실제.. 더보기
목적과 수단의 전치, 그 전형적 모델 목적과 수단의 전치, 그 전형적 모델 어제 대학원 섭 준비한다고 저녁 못먹음->섭 마치고 12시에 집에 와서 영대신문 기고도 써야 하고 하는데 배가 엄청 고픔-> 마침 연흉 맞춰 야참을 찾는 동생과 협상 하여 간장 파스타를 해먹음-> 새벽 한시 반 설거지까지 완료, 아싸 완전 범죄->책상에 앉으니 배부르고 잠오고 시간이 2시. 두시간만 잘까?->쿨쿨->일어나니 열시->아침식사 패스, 연아커피 두개로 혈당보충->폭풍 수정, 마무리 후 송고->배고픔. 아 인간은 고통의 동물. 난 먹으려고 사는가 살려고 먹는가 더보기
헬조선의 윤리학. 2015년 9월 9일 대구신문 ​(어떻게 이런 지도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헬조선의 윤리학. 2015년 9월 9일 대구신문 이시훈(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본색 소사이어티 대표) #1. 요즘 한국의 사이버스페이스에서 가장 뜨거운 것이 무엇이냐 묻거든, 단연코 ‘헬조선’이라 답하고 싶다.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조선이 결합된 이 말에는 과거 고도성장과 급격한 붕괴 과정 그리고 이어서 나타난 지금의 한국 자본주의와 사회의 현실들이 녹아있다. 각자도생, 우승열패와 승자독식의 논리와 더불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상이한 삶의 조건이 투영된 갈등이 헬조선이란 말 안에 담겨있다. 그리고 이 말의 내포에 들어 있는 또 다른 의미는 청년 세대가 어릴 적 훈육되고 교육되며 받아들인 도덕과 규범, 가치들이 통용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조소일 .. 더보기
진보정당 통합 움직임에 부쳐(2015년 8월 6일 대구신문) 진보정당 통합 움직임에 부쳐(대구신문 2015년 8월 6일) 며칠 전, 서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평소에 진보정당에 관심을 보여온 친구가 노동당 내부의 통합 찬성파와 탈당파들이 결성한 ‘진보 결집 더하기’ 홈페이지를 내게 보내며 진보정당 통합에 대해 의견을 물어왔다. 친구는 오랜 시간 진보정당들에 관심을 가져왔다가 근래 한 정당에 가입한 상황이었고, 주변의 친구들 가운데 진보정당에 나름 논문도 쓰고 얼뜨기 당원으로 오래 있었다는 이유로 내게 그런 물음을 던져왔다.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제 6공화국 체제 이래 한국의 진보정당 역사에서 분립은 필패를 뜻해왔다.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입했던 2004년의 경험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라는 제도적 변수 이외에도 민주노동당이 가지고 있던 몇 가지 특징에.. 더보기
대학의 변화와 대학 문화의 변화 아래의 기사를 보고 개인적 경험을 보태어 생산함을 알립니다.http://m.nocutnews.co.kr/news/4452525 대학의 변화와 대학 문화의 변화 올해 봄이었나 작년 가을이었나, 학보사 정기 기고 하면서 대학언론의 위기 이야기를 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대학언론의 위기에는 한 사회의 고유하고 구분 가능한 하위 집단으로 '대학'의 소멸이 있다고. 과거 90년대 초중반 학번때 까지만 해도 분명하게 존재했던 대학과 대학생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이 문민정부 시기 대학설립준칙주의와 대학의 입학정원 허가제 폐지 등의 이유로 전체 학령인구의 절대 다수가 사실상 대학을 진학하게 되며 20대와 구분되지만 20대를 대표했던 대학, 대학생이랑 정체성이 강하게 희석되었다고 말이다.난 과거 한국의 민주화와 기타 사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