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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피질의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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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의 윤리학. 2015년 9월 9일 대구신문 ​(어떻게 이런 지도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헬조선의 윤리학. 2015년 9월 9일 대구신문 이시훈(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본색 소사이어티 대표) #1. 요즘 한국의 사이버스페이스에서 가장 뜨거운 것이 무엇이냐 묻거든, 단연코 ‘헬조선’이라 답하고 싶다.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조선이 결합된 이 말에는 과거 고도성장과 급격한 붕괴 과정 그리고 이어서 나타난 지금의 한국 자본주의와 사회의 현실들이 녹아있다. 각자도생, 우승열패와 승자독식의 논리와 더불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상이한 삶의 조건이 투영된 갈등이 헬조선이란 말 안에 담겨있다. 그리고 이 말의 내포에 들어 있는 또 다른 의미는 청년 세대가 어릴 적 훈육되고 교육되며 받아들인 도덕과 규범, 가치들이 통용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조소일 ..
진보정당 통합 움직임에 부쳐(2015년 8월 6일 대구신문) 진보정당 통합 움직임에 부쳐(대구신문 2015년 8월 6일) 며칠 전, 서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평소에 진보정당에 관심을 보여온 친구가 노동당 내부의 통합 찬성파와 탈당파들이 결성한 ‘진보 결집 더하기’ 홈페이지를 내게 보내며 진보정당 통합에 대해 의견을 물어왔다. 친구는 오랜 시간 진보정당들에 관심을 가져왔다가 근래 한 정당에 가입한 상황이었고, 주변의 친구들 가운데 진보정당에 나름 논문도 쓰고 얼뜨기 당원으로 오래 있었다는 이유로 내게 그런 물음을 던져왔다.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제 6공화국 체제 이래 한국의 진보정당 역사에서 분립은 필패를 뜻해왔다.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입했던 2004년의 경험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라는 제도적 변수 이외에도 민주노동당이 가지고 있던 몇 가지 특징에..
대학의 변화와 대학 문화의 변화 아래의 기사를 보고 개인적 경험을 보태어 생산함을 알립니다.http://m.nocutnews.co.kr/news/4452525 대학의 변화와 대학 문화의 변화 올해 봄이었나 작년 가을이었나, 학보사 정기 기고 하면서 대학언론의 위기 이야기를 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대학언론의 위기에는 한 사회의 고유하고 구분 가능한 하위 집단으로 '대학'의 소멸이 있다고. 과거 90년대 초중반 학번때 까지만 해도 분명하게 존재했던 대학과 대학생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이 문민정부 시기 대학설립준칙주의와 대학의 입학정원 허가제 폐지 등의 이유로 전체 학령인구의 절대 다수가 사실상 대학을 진학하게 되며 20대와 구분되지만 20대를 대표했던 대학, 대학생이랑 정체성이 강하게 희석되었다고 말이다.난 과거 한국의 민주화와 기타 사회..
학자금 대출 이자와 거치기간의 딜레마.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외면당한 고통과 부정된 책임 외면당한 고통과 부정된 책임 이시훈(본색 소사이어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Ⅰ. 들어가며 세월호 참사가 있고 장장 1년하고도 몇 달여가 지났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딸 잃은 아비는 1년전 이 나라의 큰 도시,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한 여름의 땡볕 아래 앉아 50일에 이르는 목숨을 건 단식으로 딸 잃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나 설을 맞았지만 유가족들은 그들의 이웃처럼 즐겁게 웃을 수 없었다. 여전히 아홉 명의 실종자들은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깊은 진도의 심해에 잠들어 있었다. 해가 넘어가고 다시 여름이 돌아 왔지만 사건의 수습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이 어처구니없고 황망한 죽음 앞에 슬퍼하면서도 진실과 책임을 묻는 고독한 싸움을 진..
병근이에게: 진보결집 더하기 그리고 진보결집에 관한 복잡미묘함. 며칠전 내 친구 오병근이가(내 주변에서 불온하기론 몇 손가락 안에 들것이다.) 진보결집 더하기 홈페이지를 링크하며 내게 의견을 구했다. 녀석은 당적은 정의당인것으로 추정되는데 요즘은 예전 민노동-진보신당-노동당으로 이어지는 특정 파의 주요 인물인 냉면 가게 주인장의 열혈 팬이다. 아마 냉면 가게 주인님께서 올 봄부터 진보결집의 목소리를 높이고 진보결집 더하기에서도 한 축을 맡고 계시기에 그것을올렸을 것이다.원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 다시 내 당이 생겻으면 좋겠다. 물론 개 농땡이 놈팽이이지만 '내가 OO의 당원이다."라는 정체성이 주는 그 강력한 에너지를 맛보고 싶다. 그리고 비록 노동당과 무관함에도 노동당이 진보결집으로 결정하길 매우 열렬히 바랬고, 응원했다.(한편 더 정확히는 독자생존이 반정치적 사고..
미론(味論)-어느 냉면집 이야기 촌놈들이 대구 음식이 맛없다 카는데 그건 맛난 음식을 안먹어서 그런거다. 갠적으로 대구는 역시 국수랑 육개장!ㅋ 요즘은 영혼의 고향 안지랑. 찜닭과 짬뽕의 성지네 뭐네 하지만 육개장은 나름 역사성도 있고 와자와 구분되는 고유한 '맛'도 있다. 벙글벙글에서 육개장 한 입 해보면 양파랑 계란 푼 서울 육개장은 육개장이 아니라 소고기국임을 알게된다는 지론!ㅋㅋ---------------------대구하면 대개 앞의 쪽글에 이야기했듯 육개장, 갈비찜, 곱창, 짬뽕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대구에는 나름 서울의 어지간한 냉면명가에 밀리지 않을 냉면집들이 있다. 그중 한 곳이 부산안면옥이다. 예전부터 짐작하기로 이 집이 피난 와서 부산에서 장사를 시작했으려니 햇는데 근래 가게 입구에 붙은 점포의 역사를 보니 원래 북..
대학 권력의 해체와 포스트 아카데미에 관한 잡념 대학 권력의 해체와 포스트 아카데미에 관한 잡념 이시훈 본색 소사이어티 대표,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들어가며 본색 소사이어티가 만들어진 이후 시간이 제법 흘렀다. 최초 모임(장기적으론 단체화를 준비중이다.)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의에서 그 성격과 형태, 지향에 관한 광범한 논의와 집담들이 있었지만, 아직 명백하게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 가능한 형태의 것이 도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한 가지 합의된 구호로서 Post-Academy, Post-Forum이 존재한다. 이 글은 하나의 테제로서 포스트 아카데미에 대해 정립하기 위한 단초로 쓴 글이다. 몇 편을 이어서 쓸 생각이지만 이게 언제 끝날지는 장담할 수 없다. Post-Academy에서 포스트는 익히 알듯이 '탈(脫)' 혹은 '후(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