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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외면당한 고통과 부정된 책임 외면당한 고통과 부정된 책임 이시훈(본색 소사이어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Ⅰ. 들어가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세 계절이 흘러갔다. 세 계절이 흐르는 동안 딸 잃은 아비는 이 나라의 큰 도시,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한 여름의 땡볕 아래 앉아 50일에 이르는 목숨을 건 단식으로 딸 잃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과 설을 보냈지만 유가족은 웃을 수 없었다. 여전히 열 명의 주검은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깊은 진도의 심해에 잠들어 있었다. 계절이 흐르는데도 사건의 수습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이 어처구니없고 황망한 죽음 앞에 슬퍼하면서도 진실과 책임을 묻는 고독한 싸움을 진행했다. 하지만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집권세력과 집권여당은 .. 더보기
혐오와 공포의 시대를 건너기 위하여 혐오와 공포의 시대를 건너기 위하여(대구신문 16.6.21) 이시훈(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본색 소사이어티 대표) 조 콕스에 대한 추모 행렬(원출처 AFP/ 한겨레에서 인용) 전 지구가 혐오와 공포, 분노와 배제가 만들어내는 어둠에 잠식당하고 있다. 경제적 불황의 구조화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분배 구조, 고착화된 실업은 분노와 좌절이 자라날 씨앗을 배태하였다. 신자유주의의 이름으로 이뤄진 금융화와 시장화, 유연화는 우리 삶을 부채에 옥죄인 불안정한 삶으로 몰아넣었다. 인류가 1789년 이래 200년 이상에 걸쳐 축적하고 쟁취해온 민주주의, 타자에 대한 존중과 관용, 다원주의, 배타적 민족주의에 대한 해체 등은 이런 위기 속에서 급격하게 자라나는 혐오와 분노, 좌절과 공포의 정념 앞에 그 위협 받고.. 더보기
강남역과 구의역, 그리고(영대신문 1626호 16. 6. 7 발행) 강남역과 구의역, 그리고 (영대신문 1626호 16. 6. 7 발행) 대구 중앙로역 2번 출구 불과 2주 사이를 두고 서울 2호선의 두 역이 거대한 추모와 공론의 장이 되었다. 지난 5월 17일 강남역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혐오범죄에 이제 23살 여성이 피살된 데 이어 이번에는 이제 20살을 갓 지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하철 스크린 도어 보수 과정에서 지하철과 스크린 도어 사이에서 목숨을 잃었다. 잠실 철교를 가운데 두고 몇 정거장 되지 않는 역 사이는 애도와 공감, 분노와 절망의 목소리로 가득찼고, 두 역사는 어느새 추모와 애도의 언명이 적힌 포스트잇과 조화들에게 그 여백을 내어 주었다. 강남역과 구의역 두 사건은 일견 전혀 다른 개별적 사건처럼 보인다. 하나는 여성에 대한 혐오에 의한 살인 사건이.. 더보기
마션(2015) 마션, 2015. 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 주연. 1. 마션은 끊임없이 알폰소 쿠아론의 '그레비티'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와 비교된다. 그것은 마치 화성에 남겨진 와트니의 입장이 지구 궤도에 혼자 남은 스톤(산드라 블록)의 그것과 유사하기 때문 일것이고, 인터스텔라의 만 박사(와트니와 같이 맷 데이먼이 분한)의 처지가 와트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우주라는 하나의 공통된 배경, 환경적 조건에서만 두 영화와 공통점을 가질 뿐이며, 영화 그 자체는 오히려 '캐스트 어웨이'와 더 비슷한 점이 많다. 2. 영화는 기본적으로 재난물이다. 그것도 무려 우주 재난물. 하지만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전형적인 재난물의 정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요컨데 포세이돈 어드벤쳐나 타워링 같은 영화들을 보.. 더보기
너, 나, 우리의 희망을 위하여 너, 나, 우리의 희망을 위하여(영대신문 1608호 2014년 12월 1일 발행) 1997년의 IMF 외환위기는 한국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새로운 ‘사건’이었다. ‘사건’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노동 전반에 충격을 주었듯이 대학사회 역시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미 1996년 8월 연세대에서 있었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과 김영삼 정부의 충돌로 대학사회는 큰 상처를 입었던 터였고, 경제위기로 인해 당장의 생계는 물론 일자리 문제가 들이닥치자 대학사회는 끝없는 붕괴를 맞이한다. 과거 전대협, 한총련, 한 대련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의미의 학생운동은 더 이상 대학사회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 채 소멸지만 학생운동의 빈자리를 메울 어떤 대학생과 청년들의 결집된 활동은 나타나지 않고 있.. 더보기
노란봉투와 노란봉투 사이 노란봉투와 노란봉투 사이 이시훈 늦은 밤 집에 돌아 와보니야윈 아내 거치른 손으로편지가 왔노라고 내미는 노란봉투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지등줄기에선 식은 땀이 흘러조심히 뜯어 본 노란봉투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창백한 형광등 불빛 눈물이 흘러 가슴에 흘러주먹이 불끈 떨리네세상아 이 썩어빠진 세상아 맘 놓고 일할 권리마저 없는 세상아 이 미쳐버린 세상아 뒤집어 엎을 세상아병들어 누워계신 어머니 무슨 일이냐 물어 오시네한구석 겁에 질린 딸아이얼굴이 샛노래 지네 백자 곡, 근래 SNS에선 4만 7천원이라는 제법 구체적인 돈 단위를 자주 볼 수 있다. 4만 7천원, 셔츠나 청바지를 괜찮은 옷 가게에서 한두 장 사서 입거나, 근사한 식당에서 좋은 밥 한 끼 하고도 남을 것 같은 이 금액의 뒤엔 항상 노란봉투라는 이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