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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름, 훈육국가의 회귀(대구신문, 2015. 11. 22) 올바름, 훈육국가의 회귀(대구신문, 2015. 11. 22) 이시훈(본색 소사이어티 대표,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2000년대 중반에 나온 일본의 만화 가운데 ‘도서관 전쟁’이라는 작품이 있다. 일본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여러 속편과 외전,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나오기도 했던 이 만화는 매우 독특한 세계관을 전제하고 있었다. 이 만화의 이야기를 끌고가는 추동력은 미디어 양화법이라는 특수한 정치적 환경으로부터 연원한다. 21세기 일본 의회에서 통과 된 ‘미디어 양화법’은 미풍양속과 건전한 사고를 헤치는 것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일본 정부의 특무 기관에 의한 검열과 검속을 합법화한 법이었다. 그리고 이 특무 기관 양화대에 의한 무차별적인 검열과 언론, 출판, 표현, 예술 탄압에 대.. 더보기
더 랍스터(2015) 더 랍스터(2015),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콜린 파렐 주연 1. 영화는 어떤 가축을 향해 차를 몰고 달려가 그것을 향해 권총을 당기는 어떤 여인의 모습으로 부터 출발한다. 비가 매짛는 자동차 창문을 밀고 쓰는 와이퍼 사이로 그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 남주인공이 그의 부인이었을 여인과 대화한다. 그는 그의 부인과 방금 헤어졌다. 그는 어떤 강박이 있는것 처럼 묻는다. 그 녀석도 렌즈나 안경을 쓰는지 2. 이 영화는 감독이 만든 어떤 사고 실험을 영화화 한 것이다. 이 영화 속의 세계에서 인간은 오로지 네 가지 범주 속에서 존재한다. 커플로 도시 속에서 물질적 풍요를 향유하며 살아가는 자, 짝을 찾아 문제의 호텔로 들어간 자, 도시와 호텔-커플과 솔로 그 사이 어디에도 들어가길 거부한 자 그.. 더보기
마션(2015) 마션, 2015. 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 주연. 1. 마션은 끊임없이 알폰소 쿠아론의 '그레비티'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와 비교된다. 그것은 마치 화성에 남겨진 와트니의 입장이 지구 궤도에 혼자 남은 스톤(산드라 블록)의 그것과 유사하기 때문 일것이고, 인터스텔라의 만 박사(와트니와 같이 맷 데이먼이 분한)의 처지가 와트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우주라는 하나의 공통된 배경, 환경적 조건에서만 두 영화와 공통점을 가질 뿐이며, 영화 그 자체는 오히려 '캐스트 어웨이'와 더 비슷한 점이 많다. 2. 영화는 기본적으로 재난물이다. 그것도 무려 우주 재난물. 하지만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전형적인 재난물의 정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요컨데 포세이돈 어드벤쳐나 타워링 같은 영화들을 보.. 더보기
들리지 않는 당신들에게(대구신문 2015.11.1) 들리지 않는 당신들에게(대구신문 2015.11.1) 이시훈(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본색소사이어티 대표) 한 가족이 있다. 부부와 큰 딸, 작은 아들로 구성된 평범한 가족이다. 하지만 만약 이 가운데 딸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데, 다른 세 가족은 이 문제를 이해할 수가 없다. 문제를 호소하는 딸과 이해하지 못하는 세 가족은 갈등하고, 오해와 갈등이 조금씩 쌓여 간다. 사실 딸은 다른 가족들에게 없는 어떤 다른 감각이 존재한다. 이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다른 가족들에게는 딸은 그저 이해하기 힘든 존재일 뿐이다. 위의 글은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줄거리 얼개를 가족의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미라클 벨리에’는 청각과 언어 장애를 가진 가족들을 둔 소녀인 폴라 벨리에가 가족과 사회의 의사소통 .. 더보기
자크 데리다, 진태원 역, 『마르크스의 유령들』, 그린비, 2014. 12~13p. 난 사실 배움이나 지적 능력이 약해서 데리다와 같은 프랑스 현대 철학자들의 책을 읽지 못한다. 전통적인 문장과 다른 그들의 문장을 읽을때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왔다. 그래도 훌륭한 형님 모시고 열심히 귀동냥한 결과일까? 지난번 날 좌절 시켰던 『마르크스의 유령들』의 머리맛과 뒷부분 몇페이지를 찬찬히 읽는데 성공했다.사실 읽은 소감이란건 뭐랄까 "와 내가 해냈다. 글줄 몇페이지를 드디어 읽을수 있다"라는 것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소름 돋음 같은것이었다. 이 날은 국정 교과서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 확인이 있었던 날이다. 그리고 그날 갑자기 이걸 시도 해보고 싶었고, 머릿말엔 아래와 같은 글줄이 있었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면 저 난해하고 복잡한 녀석이 나한테 온것 같다.---------------------.. 더보기
존재의 이유 (영대신문 1617호, 2015년 9월 30일 발행) 존재의 이유(영대신문 1617호, 2015년 9월 30일 발행) 이시훈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우리가 오감으로 인지하는 세계는 존재들로 가득한 세계다. 그리고 동시에 세계는 이 존재들이 자기의 존재를 정당화하고 자기 정립을 위해 투쟁하는 세계이다.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존재하는 제도란 본래 존재하지 않는다. 요컨대 제도 역시 설계되고 구상되는 단계에서부터 어떤 종류의 문제, 현실, 필요로부터 도출되고 다양한 경험과 논리를 통해 그것을 정당화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물론 모든 제도가 내적, 외적 정당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독재나 권위주의, 전체주의의 유산이나 현재의 맥락 내지 현실로부터 동떨어진 ‘망령’은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의 역사는 정당성을 상실한 수많은 ‘망.. 더보기
원래, 그냥, 그렇게, 그곳에(대구신문 9월 20일) 원래, 그냥, 그렇게, 그곳에(대구신문 9월 20일) 이시훈 대개 우리는 생활공간 속에서 수많은 언어들 속에서 살아간다. 언어와 늘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까? 때로 우리는 언어들이 ‘원래, 그냥, 그렇게, 그곳에’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은 어쩌면 일상의 우리 생활공간에선 유효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창시절 외국말과 글을 우리말과 글로 옮길 때 종종 ‘적정한 어휘’를 고르는 일로 씨름하거나, 시를 쓰며 그 결과 흐름에 맞으면서 의미에 부합하는 시어에 고뇌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하나의 작은 단어조차도 ‘원래, 그냥, 그렇게, 그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이것은 바로 흔히 말하는 언어의 ‘결’ 때문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옮긴다면 언어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연과 그것의 실제.. 더보기
목적과 수단의 전치, 그 전형적 모델 목적과 수단의 전치, 그 전형적 모델 어제 대학원 섭 준비한다고 저녁 못먹음->섭 마치고 12시에 집에 와서 영대신문 기고도 써야 하고 하는데 배가 엄청 고픔-> 마침 연흉 맞춰 야참을 찾는 동생과 협상 하여 간장 파스타를 해먹음-> 새벽 한시 반 설거지까지 완료, 아싸 완전 범죄->책상에 앉으니 배부르고 잠오고 시간이 2시. 두시간만 잘까?->쿨쿨->일어나니 열시->아침식사 패스, 연아커피 두개로 혈당보충->폭풍 수정, 마무리 후 송고->배고픔. 아 인간은 고통의 동물. 난 먹으려고 사는가 살려고 먹는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