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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피질의 낭비

누가 책임 질 것인가 누가 책임 질 것인가?(영대신문 1614호) 이시훈(본색 소사이어티 대표,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1. 24년전, 1991년 5월 서울의 대기는 1987년 6월 이래 가장 치열한 학생들의 가두시위와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의 대립 속에 뿌옇고 매캐한 최루탄 가루가 학생들의 구호로 가득했다. 4월 26일, 등록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던 명지대 학생들의 가두시위 도중, 아직 새내기 티가 역력한 한 경제학과 학생이 쇠파이프로 무장한 백골단의 무차별적 폭행으로, 끔찍한 죽음을 맞게 된다. 그의 이름은 강경대, 그의 죽음으로 전국의 대학생들은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이후 가장 강경한 싸움에 나서게 되었고 열사 정국, 분신 정국, 5월 열사 투쟁으로 불리는 이 싸움의 과정에서 11명의 학생, 청년, 노동자 등.. 더보기
그 어떤 고요함에 대하여 ​​​​그 어떤 고요함에 대하여 (대구신문 2015.5.15일) 이시훈(본색소사이어티 대표) 클래식은 대개 보통의 우리들에게 그저 난해하고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예술이다. 대개 몇몇 곡은 귀에 익숙하긴 한데, 이걸 누가 작곡 했는지, 곡명이 무엇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일은 그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근래 지인의 초대로 대구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를 보러 갈 기회를 얻게 되었다. 클래식에 대한 무지와 또 다른 이유로 약간 망설이다가 초대에 응해 퇴근길 발걸음을 대구 시민회관으로 옮겼다.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를 주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공연을 보며 나와 다르지 않은 인간의 목소리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지에 대한 경탄, 군데군데 배치된 제법 익숙한 곡들과 함께 .. 더보기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영대신문 1613호) 이시훈(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본색소사이어티 대표) #1. 한 명의 대학원생이 책상을 떠나 학교 캠퍼스의 높은 탑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는 보름이 넘은 지금도 그 탑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그의 요구는 간명했다. 총장 선임 과정에서 빚어진 종단의 개입을 막고 파행적인 총장 인사를 바로 잡아, 대학 민주화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위시한 구성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학교의 총장 선임은 파행 끝에 논문 표절 등 논란을 빚은 인사의 임명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2. 대학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학생과 교원들의 노력이 오랜 시간 이어진 학교가 있었다. 하지만 이 학교의 재단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속했고, 이사장은 그 기.. 더보기
회색지대 영대신뭄 1612호-회색지대 이시훈(정치외교학 박사과정, 본색 소사이어티 대표) 2015년 4월 9일 오후 5시, 경북대 동문 사회대 앞 여정남 공원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날은 한국의 군부 정권이 저지른 대표적 사법살인인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들의 기일이었다. 당일 오전 경북대 출신으로 인혁당 사건에 의해 희생된 여정남을 기리는 공원에서 조촐한 추모식이 있었는데, 그 추모식의 온기가 가시기 전에 여정남 공원은 150명 가량의 초로의 군인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동문을 통해 집에 가던 학생들은 이 놀라운 풍경에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종종걸음으로 교정을 빠져나가기도 하며, 자기들끼리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들은 4월 9일 저녁에 예정된 베트남전쟁 과정에서 벌어진 한국군의 민간인 .. 더보기
우리는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영대신문 1611호-우리는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이시훈(정치외교학 박사과정, 본색 소사이어티 대표) 젠틀맨 스파이 액션물을 표방하는 영화 이 화제다. 한국의 영화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흥행할 수 없으리라 여겨온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영화임에도 이미 500만 이상이 영화를 관람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의 핵심적인 스토리는 인생에 별다른 희망을 가지지 못한 채 문제아로 살던 주인공 에그시가 세계적인 첩보 기구의 요원 선발과정에 참여하게 되고, 온갖 고난을 거쳐 결국 세계를 구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 영화에 열광할까? 이유는 물론 다양할 것이다. 영화의 연출과 액션 곳곳에 숨어 있는 매우 새로운 시도들, 배우들의 멋진 옷차림과 연기, 액션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 영화의 클라이막.. 더보기
사라진 '너'와 성장하는 '극혐' 영대신문 1610호-사라진 ‘너’와 성장하는 ‘극혐’ 이시훈(정치외교학 박사과정, 본색 소사이어티 대표) 필자가 대표로 있는 인문 독회 모임인 에서 지난 2014년 12월 4일 재일동포 디아스포라 문필가로 유명한 서경식 동경경제대 교수를 대구로 모시는 자리를 만들었다. 서 선생님과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은 우경화 되는 우리 시대와 마이너리티, 인권, 문화와 예술 등에 걸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였고 이는 한일 양국의 위태로운 현실에 큰 힘이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서 선생님과의 만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다음날 아침 선생님과 함께 차를 마시며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한 전날 모임은 비교적 정제되고 정리된 이야길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면 다음날의 티타임은 서 선생님이 느끼는 .. 더보기
로봇과 러다이트 며칠 전, KBS에 로봇이 만들 미래 세대에 대한 토크가 나왔다. 거기에 나온 과학자, 공학자들은 로봇이 만들 시대에 대해 너무나도 아름답고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그런 미래상으로 이야기 했다. 사실 보는 내내 그들의 그 유토피아적 기대가 어처구니 없고 불철저한 사고라고 비웃으며 봤었다. 과연 로봇은 인간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 누군가는 나에게 공학의 출발이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이념에 있음을 이야기 했다. 그래 어쩌면 공학은 그 목적을 달성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가혹한 육체노동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대신 더 무서운 고통과 마주해야 했다. 우리는 대개 유럽 근현대사를 배우면서 러다이트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제임스 와트 이래 자동화된 공작 기계가 출현하고, 반자동화된 .. 더보기
망령의 재래와 총장 수난시대 오늘 교육부에서 공주대와 경북대 등에 대해 총장 재 추천을 요구했다고 한다. 며칠전 이에 관련해 영대 신문 개강호에 기고했다가 짤린 칼럼이 있어 다시 올려봅니다.-----------------망령의 재래와 총장 수난시대이시훈(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본색 소사이어티 대표) 사라졌다 믿은 어떤 유령이 있었다. 사람들은 유령이 지배하는 세계로부터 자유와 민주를 얻기 위해 부단히 싸웠고, 결국 유령을 몰아냈다. 모두 유령을 몰아낸 세계의 민주주의가 공고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유령은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역사의 균열과 퇴행 속에 망령이 되어 다시 나타났다. 돌아온 망령은 역사를 거슬러 나타났기에 과거의 유령과 일견 비슷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옷을 입고 있었다. 돌아온 망령은 유령을 몰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