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이래뵈도 문학소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0) | 2013.11.01 |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0) | 2013.07.03 |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섬의 서문에서 (0) | 2013.01.24 |
박노해,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0) | 2013.01.23 |
송경동, 무허가 (0) | 2012.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