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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피질의 낭비

의심, 검증, 확인

너무 뻔하고 재미 없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현재 이 사회에서는 그간 우리가 그래도 '당연'하고 '자명'하다 여긴 모든 가치나 명제, 기억이 위협받고 있다.


사실 가장 분노가 치미는 지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최소한 사회적으로 합의된다 여겨 왔던 가치, 명제, 기억은 착근되는데 실패했고, 직간접적으로 부정되고, 외면받고, 공격받고 있다.


일전 학보 칼럼에도 적었지만, 과거 군부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일어난 중요한 국가 폭력의 기억이 그런 것들의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인혁당 사건에 대해 현직 대통령은 두 개의 판결이 있다는 황당한 이야길 했으며, 5.18의 기억은 넷우익 반동에 흔들린다. 뉴라이트 역사관의 대두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은 민주화를 압도하는 역사적 과실로 평가받고 있다. 심지어 자국민에게 총검을 겨누도록하고 헌정 질서를 유리한 군부를 영웅시하는 반동적 경향이 존재한다.


그뿐인가?


이 사회엔 배금주의, 물신주의가 지배한다. 신자유주의, 아니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목적과 수단의 전도는 인간을 물질과 수치로 환원하고 개량하고 있다. 스펙이 바로 그것 아닌가? 고통 받는 이들을 외면해선 안된다는 오랜 도덕적 명제는 당위성을 잃었고, 내 앞에서 갑자기 쓰러진 이를 돕는건 의롭고 당연한 일에서 자칫 피곤한 일, 번거로운 일에 휘말리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사회적 연대나 협력의 가치는 사라진지 오래이고, 각자도생의 논리는 이제 하나의 완결형으로 '이민 권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결국 연대하고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 사회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