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우 하이네의 글. 전현직 학생회장들의 정치 활동에 대한 글.
며칠전 경희대 김윤철 교수님이 경향신문에 더민주당의 명사 영입에 대한 칼럼을 쓰셨었다. 강고한 대중 당원 조직에 근간을 둔 대중 당원론자를 자처하는 처지에서 기성의 명사-보수 양당 질서에도 신물이 나는데 영입되는 이들이 '대표성'보다는 정치공학적 손익에 기대었다는 인상에 그 영입 행렬이 영 마음에 안들었다.
새삼 생각해본다. 과거 노르웨이 우토야 섬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던 청소년 캠프는 바로 노르웨이 노동당의 청소년 캠프였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메르켈이나 쉬뢰더와 같이 대학생 시절 부터 독일의 SPD나 CDU에서 커리어를 쌓아 총리가 된 이들이 생각 난다.
과거 오마이뉴스에 적은 졸문에서 우리 정당의 쇄신이 구조나 체계, 노선의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인사의 영입을 통한 인적 변화가 주가 된다고 이야기 했다. 이는 결국 우리 정당이 명사-선거 기술자 정당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겐 이념이나 노선이 없다. 그러니 그걸로 부터 나오는 당파성의 구별은 어렵다. 친우와 호오에 따른 결집이 정당이라면 꼭 그런 정치적 파당을 정당이란 복잡한 정치적 제도로만 해야 겠나...
정당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그들의 프로그램을 이어갈 정치적 후속세대를 길러내는 일이다.(이 걸러낸다는 말에 비분강개 하는 이들은 댓글 달아라 ㅋ) 최근 여러 당에서 청소년 조직들이 만들어지지만 그들은 내가 보기엔 그 당의 미레세대 육성 조직이라기 보단 일부 청소년 운동 세력이 인적 친소와 필요, 흥미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편 정당이 후속세대를 양성하고 교육하고 발굴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자 하이네가 분개한 그런 자들이 나타난다. 공공적 활동과 과업을 맡은 학생회의 당연직, 선출직 간부들은 자신들이 맡은 공무를 '개인적 즐거움'이나 '정치적, 경제적 스펙'의 일환으로만 전용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악질들이 바로 학생회 경력을 정치적 자산으로만 쓰려는 이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들 대개의 미래를 안다. 그들 대부분은 한국의 정당이 사랑하는 명사 엘리트가 아니다. 명사 엘리트가 되고 정치 엘리트가 되길 소망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그렇게 되지 못하고 소모품, 일회용 칼 한자루로 동원되고 마멸되고 사라진다.
최근 내가 간만에 즐겁게 보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무명은 공민왕을 죽이기 위해 홍륜을 칼로 이용했다. 이에 이방원은 자신은 홍륜 같은 칼이 아니라 한다. 적어도 무명에게 자신을 이인겸과 같은 정치적 자산으로 분류하길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학생회 경력을 정치적 밑천으로 정치적 지위를 요구하는 이들 중에 과연 얼마나 그런 정치적 가치가 있을까?
한편 이 문제는 다른 문제로도 이어진다. 온갖 소모성 잡새들이 날아들고, 국회 인턴의 열악한 노동 처우, 지구당 폐지와 중앙당의 왜소화는 정치적 커리어를 쌓아 훌륭한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청년들의 진로에도 도움이 안되고 있다. 베버는 정치를 위해 살고자 하는 이들이 정치를 통해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정치를 위해 사는 이들이 정치를 통해 살기는 정말 조상 2대가 묘를 잘 써야 될까 말까한 일이다. 그리고 그들은 정당의 유소년, 청년 조직으로 부터 훈련되고 커리어를 쌓아 본적이 없고, 대학과 대학 사회 역시 그런 활동가를 훈련시킬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여튼 총체적으로 정치적 후속세대 양성에 난관이다. 악화는 넘쳐나고 양화는 양화로 분류되기 조차 먹차다. 명사-기술자 정당이 정당 정치를 주도하는 한 아래의 대중적 정치 운동으로 부터 후속세대를 키워낼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고 정당의 영혼없는 테크노크라트들과 외주업자들, 명사들만 득 볼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정치적 명함을 얻기 유리해 보이는 학생회는 공공적 헌신을 위한 자리에서 사적 출세를 위한 자리로 호도될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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