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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 잉여

인디펜던스데이2 리서전스(2016)

인디펜던스데이2 리서전스(2016)



오늘 저녁에 인디펜던스데이2-리저선스(이하 리서전스)를 보고 왔습니다. 몇 가지 생각이 들어 이렇게 짧게 글을 남깁니다.

 

전작의 1996년은 영화를 보던 당시 우리들 모두의 1996년이었습니다. 영화의 모든 장면들은 영화를 보던 그 시점 당시의 우리들의 이야기로 직결하여 독해해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워싱턴에 떨어진 공습은 누구나 그것이 서울, 동경, 타이페이 등에도 떨어졌으리라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서전스의 오늘은 더 이상 우리의 오늘과 다릅니다. 세계는 1996년의 조우를 분기로 우리와 분리되었습니다. 극 속의 그들은 1996년의 우리였지만 리서전스 속의 그들은 더 이상 우리가 아닙니다.

동시에 영화는 단순히 외계의 불가항력적 공격에 의한 재난을 넘어 새로운 서사를 구축하려 합니다. 극 속에 지구를 구원하는 중요한 조언자로 나오는 스피어의 존재는 결국 두 차례 침략을 해온 이들에 대한 반격, 그 세계에서 오랜 시간 지속된 우주 전쟁의 복판에 지주권이 개입함을 의미합니다.

이는 독자적인 영화 속 세계관의 구축이란 의미에서 많은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간 롤랜드 에머리히의 재난물들은 연속적 서사 없이 영화 한편에서 끝나는 완결적 서사였지만 이제 에머리히의 영화는 몇 십년에 걸친 인간 승리의 서사를 보여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쉽습니다. 우리가 인디펜던스데이 1편에 느낀 어떤 감정들은 우리가 영화 속의 시공간들을 우리의 당대의 그것과 등치시키고 대입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종의 결전에서도 인간들은 여전히 F16을 타고 사인드와인더를 날려댑니다. 넘볼수 없는 외계의 적은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뜻밖의 변수를 통해 물리칩니다. 즉 영화를 보는 당대 우리들의 평범한 의지들의 총합이 승리를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그 조우를 계기로 우리와 다른 시대를 사는 리서전스 속 그들에게 우리가 들어갈 여지는 적어 보입니다. 전작이 우리의 삶에 깊숙이 뿌리를 둔 SF 재난이었다면 이제 영화는 당대라 적고 엄청 먼 미래의 영화를 보는 듯 합니다. 단지 우리는 과거의 흔적을 짚어보고 과거에서 커온 이들의 미래를 걱정해볼 뿐입니다. 에머리히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했지만 이 세계의 분리는 우리에게 시공잔적으로 영화에 들어갈 수 있는 여백을 너무나도 죽여버립니다.

 한편 영화는 여전히 전작과 같이 보통의 인간들이 헌신과 리더쉽, 희생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영화 속 많은 장치들은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갑자기 난입한 버스며,너무나도 뻔하게 좌절당하는 1,2차 공격, 뜬금 없는 오쿤 박사의 부활과 너무 많은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복잡함 등은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한편 외계인들의 공격 역시 전작과 다릅니다. 전작의 공격은 인간 문명에 대한 직접적 타격입니다.전작에서 외계인과 대화한 휘트모어는 그들이 지구를 단순히 착취, 수탈할 것이라 하지만 이번 공격은 행성의 코어에 대한 공격입니다. 즉 저들의 궁극적 목표 달성, 전략적 승리를 막기 위한 인간들의 역할이 너무나도 제약됩니다. 고작하는건 저들이 핵이 얼마나 있으면 도달하는지 계측하며 저들을 그냥 공격하는 것 뿐입니다. 또한 스피어의 존재도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재난물을 우주전쟁의 서사로 만드는데 중요한 매개를 맡고 리서전스의 재난을 극복하는 키이지만 그것의 등장 과정 등은 너무 좀 허접하고 당혹스럽습니다. 차라리 스피어의 존재를 해석하고 풀어가서 영화의 끝에서 그것과의 접속을 이뤄내는 플롯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요? 승리 자체는 스피어이 조언이나 역할이 아니라 순전히 평범한 인간들의 노력으로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영화가 보여주고자하는 어떤 인간애, 희생, 노력, 투지, 의지 등을 더 잘 보여주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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