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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피질의 낭비

귀향(2016)

귀향(2016): 올바름의 문제...





  대개 영화나 문학 등에 대해 리뷰를 쓸때는 매력적 잉여라는 카테고리에 글을 올린다. 하지만 영화 귀향에 대한 글은 대개 평론적, 분석적 글을 쓰려고 애쓰는 대뇌피질의 낭비라는 카테고리 써본다. 이것은 이 영화가 처해있는 어떤 심각한 문제에 대한 내 나름의 비평이다.



사실 영화를 보기 이전부터 걱정이었다. 영화 내적인 부분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없이 영화의 주제와 소재를 근거로 한 구별짓기가 이미 작동하고 있었다.(예를 들면 http://m.media.daum.net/m/entertain/newsview/20160222185807611 같은 글을 대표적인 사례라 들 수 있다.) 영화의 주제가 실제 우리 역사의 가장 비극적인 지점이기에 그것이 가진 민감성과 소구력이 존재했고, 민족주의적 열기와 정당화 장치도 존재했다. 뜻과 주제가 좋으면 마치 모든 것이 용납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난 이것이 어떤 작품에 대한 비평적 공간을 사실상 봉쇄하는 처사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미 우리는 무수히 비슷한 사례를 경험했다. 영화 명량은 사실상 "이것을 왜 영화로 만들었는가?"라는 물음에 답 하기 힘들 정도의...사실상 컴퓨터 게임에 가까운 영화였다. 영화 내적인 요소의 결핍과 형편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순신과 왜적을 격파하는 조선수군의 용맹함은 강력한 민족주의적, 국가주의적 소구력을 가졌다. 이 영화를 비판하는 것은 마치 매국인듯이 말이다. 디워에서도 그랬고, 암살도 그랬다. 그나마 암살은 상업영화로써의 재미라도 있었고 비록 마지막 전개가 엉망이었음에도 나름 영화의 결말이 주는 메시지라도 있었다. 하지만 명량은 어땠던가? 명량은 그저 거대한 해전을 재현한 영상물일 뿐 아닌가?


우리는 흔히 어떤 작품의 주제와 문제의식, 소재와 같은 요소로 그 작품을 평가하곤 한다. 주제의 정치적 올바름, 선함이 마치 그 결과물을 정당화 하는 경험 말이다. 이는 다른 의미로 영화 외적인 요소, 주제나 소재, 연출의 정치적, 사회적 파급력이 영화 자체를 평가하는 잣대로 쓰이는 현상과도 연결된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영화 귀향은 영화 외적인 요소가 영화 내적인 요소에 대한 평가를 봉쇄하는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다. 영화 내적인 부분이 사실상 심하게 부실하고 연출은 재현이란 이름하에 과도하고 오버한다. 누군가의 고난과 그들의 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누군가를 악마시하고 그 악마화라를 더욱 강조하여 누군가의 고난을 드러내고 있다. 정말 이거 좋은 부분인지 이해할수가 없다. 위안소 건물 전체에서 이뤄지는 종군 성노예에 대한 집단적인 강간 행위를 하이 앵글로 드러내는 장면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처럼 보인다. 누군가의 고통을 기록한다는 이름하에 또 다른 폭력을 영화는 자행하는 것 아닐까?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나 페이크 다큐가 아님에도 누군가의 서사이고 드라마임에도 과연 그런 과장된 연출을 했어야 했던가?(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내가 친일파냐고 하겠지만)


모두가 영화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내가 앉은 스크린은 가득 찼고, 사람들이 놀랍게도 스탭롤까지 자리를 지켰다. 두 주인공이 영매를 통해 만나는 장면에서 눈물 흘리는 소리, 코 훌쩍이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난 그들의 그 눈물의 의미를 모르겠다. 영화가 단순히 슬퍼서인가? 그 누군가의 역사적인 수난과 고통에 대한 감응인가? 혹은 영화가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연출하는 그 무언가가 만들어낸 눈물인가? 이 셋은 일견 구별하기 힘들지만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귀향에 대해 비판하고 혹평을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는데 두려워 한다. 나도 이 영화가 잘 만들어졌기를, 훌륭한 영화로 중요한 문화적 유산으로 남길 소망했다. 그런데 영화 내적인 요소들은 너무나도 문제적이고 위험한 것들 투성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두 성폭력 피해자(1991년의 소녀와 할머니)가 서로의 삶을 보듬어 주는 방향은 어땟을지..등등 여러 생각이 드는데...이 영화를 이대로 '명작'처럼 취급하는건 내 알량한 양심에 견딜수가 없다. 이건 마치 동구 현실 사회주의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란 이름 하에 만들어진 프로파간다를...그것의 주제와 소재의 정치적 올바름(그 시대의 맥락에서의 올바름)을 근거로 그 프로파간다를 명작이라 하는 것 밖에 안되는 것 같다. 


난 이 영화 귀향...70년 전 식민지 경험의 가장 끔찍한 비극을 다루는 이 역사적 영화에 대해 더 많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비평하길 원한다. 그것이 이 영화의 문제의식과 이 영화에 기대하는 이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위안부란 사건과 사실관계(군의 동원, 조선인 인신매매, 일본군과의 애정의 관계 등)나 민족주의의 문제 같은 것들은 차지하더라도 적어도 옇와 내적인 부분에 대해 비평하고 영화 외적인 관계들을 근거로 그 비평들을 제약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으면 한다.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영화의 문제점을 비평한다고 그것이 일본 편 든다는 식의 사고로 부터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 난 이 영화가 지슬2와 비교된다. 지슬2를 보고 귀향을 보면 귀향의 내적 문제가 확연히 드러날것 같다. 서사, 연출, 인물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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