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겨울 버스정류장에 서서
야속하게 들어서는 그 버스를 원망했다
따라 올라 타서
그 길의끝까지 같이 가보고 싶었다.
아니, 조금 더 같이 있고 싶다 말했지만
그 날 내 입에는 시베리아의 얼음이 서려 있었다.
출근길, 마치 칸트의 산책처럼
늘 같은 곳, 같은 장소, 같은 위치에서 마주치던
그 버스를 보며 난 나의 용기 없을을 원망했다
너무 빨리 와버린 그 버스를 원망하고 있었다.
이 반복되는 장면은 내 스스로의 찌질함의반복 같았다
겨울은 그렇게 내내 반복되는 어느 버스와의 조우 속에 흘렀다.
봄에 다시 버스를 만났을때
그 버스는 더이상 밉고 야속한 버스가 아니었다.
버스 그 자체는 내게 어떤 의미도 아니었다.
시간은 그렇게 무서웠다.
내가 어느날 그가 그 버스를 타고 지나쳤을 어딘가를 가기 위해
그 버스 위에 삑 하고 고툥카드를 찍었을때
나는 그 사람이 봤을지 모르는 어느 창문 건너편에
그 겨울 망설이고 주저하며 버스를 야속하게 쳐다보던
나 스스로와 다시 조우했다.
그때의 나에게 말을 걸어보려는 참에
출발하는 버스가 다시 야속해진다
그 겨울의 버스와 그 봄의 버스
그 겨울의 나, 그 봄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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