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육부에서 공주대와 경북대 등에 대해 총장 재 추천을 요구했다고 한다. 며칠전 이에 관련해 영대 신문 개강호에 기고했다가 짤린 칼럼이 있어 다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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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의 재래와 총장 수난시대


이시훈(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본색 소사이어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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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다 믿은 어떤 유령이 있었다. 사람들은 유령이 지배하는 세계로부터 자유와 민주를 얻기 위해 부단히 싸웠고, 결국 유령을 몰아냈다. 모두 유령을 몰아낸 세계의 민주주의가 공고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유령은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역사의 균열과 퇴행 속에 망령이 되어 다시 나타났다. 돌아온 망령은 역사를 거슬러 나타났기에 과거의 유령과 일견 비슷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옷을 입고 있었다. 돌아온 망령은 유령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자신이 상실했던 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해 사회 곳곳에서 공성전을 시작했다.


망령의 본능은 본래 공공적이어야 할 것을 개인, 집단, 권력의 아래로 사유화 하려는 지배에 있다. 그렇기에 망령은 자신의 지배력을 확장하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 고유한 지배전략정당화를 위한 문법을 가지고 출현했다. 대학 역시 망령의 존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망령이 나타나는데 있어 국공립대와 사립대, 서울과 지역의 구분은 무의미했으며, 유령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과거 학원 민주화의 유산들이 공고하다는 일련의 믿음들은 망령의 재림으로 깨져버렸다.


망령의 대학 지배 전략은 여러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근래 1,2년 사이에 두드러진 현상이 총장 임용 문제. 한국의 대학 구조에서 총장의 지위는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망령이 총장 임용 문제에 개입한 것은 매우 자연스런 귀결일지 모른다. 우선 가까운 대구대의 경우 2011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으로 복귀한 구 재단측 이사들과 구성원측 추천 이사들의 대립으로 학사운영에 타격을 입었고, 심지어 구 재단에 비판적인 교수가 총장에 선출되자 이에 대한 인준을 구재단 측 이사들이 거부, 한동안 총장 없이 학교가 운영되었다. 경북대의 경우 교육부의 직선제 폐지 요구에 결국 새로운 총장 선출 제도를 도입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총장 후보를 선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총장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공주대, 한국체육대, 방통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체대의 경우 2년간 4번이나 총장 임명 승인이 거부되었고, 마침내 현 정권쪽 인사를 총장 후보로 추천해서야 총장 선임이 이뤄졌다. 공주대 역시 앞선 경북대, 한체대와 비슷한 사례로 내부에서 교육부에 임명을 요청한 총장 후보에 대해 불분명한 이유로 총장 임명 승인이 거부되었고, 해당 후보가 교육부를 대상으로 소를 제기, 고법에서 불분명한 이유를 근거로 총장 임명을 거부한 것이 위법이라는 판결이 났다. 하지만 황우여 부총리는 고법의 판결에 불복하고 재판을 대법원까지 가져갈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 외에도 서울 동국대에선 조계종 종단이 총장 선임에 개입하여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리고 총장 문제는 임명과 선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망령이 온전히 대학으로 복귀한 상지대에선 현재 재단과 맞서는 구심점인 정대화 교수 등에 대한 해임, 교직원이 개입한 납치 시도가 있었고, 구 재단과 총장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폭력이 사용되기도 했다. 대학의 소유구조가 대학의 현실을 뒤바꾼 전형적 사례이다.


21세기 초반의 15년 동안 한국의 대학은 위협 받고 있다. ‘좋은 국가 만들기 프로젝트의 장이자 자본과 국가의 엘리트 충원의 장이었던 대학은 경기 불황 속에 사멸했고, 이제 먹고사니즘과 망령에게 위협 받는 대학만이 남았다. 양화된 지표를 근거로 한 먹고사니즘의 논리에 포획된 대학에서 대학의 이념, 학문과 지식 생태계의 다양성은 흔들리고 있으며, 망령의 재래는 대학의 공공적 성격과 학내 민주주의, 즉 대학의 87년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대학은 누군가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설사 그것이 개인들이 설립한 결과일지라도 지금 이곳의 대학들은 학생과 교수, 교직원, 연구자 그리고 지역의 시민들의 노력으로써 존재한다. 총장 임영 수난시대, 대학의 민주주의는 대학 운영의 민주화를 넘어서 대학의 소유와 공공성 전반에 대한 물음과 움직임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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