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앨리스-살인사건(2015)





 

19992, 아파트 공중전화였다. 그 아이는 내 초등학교 동기, 아니 정확히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 여자 짝꿍이었다. 국민학교, 초등학교를 통틀어 동기들의 평균신장 보다 2,30센치 넘게 컸기에 짝궁은 늘 남자 동기거나 아예 없었다. 그러다가 5학년이 넘어서야 이성 짝궁이란게 생겼었다. 뭐 이런 구구절절을 떠나 그날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온 답은 간명했다. “쪽팔려부끄러웠다. 내 인생의 러브스토리는 그 서막을 처참한 트라우마로 시작했다.(놀랍게도 쪽팔려라는 말의 의미는 그러고도 시간이 몇해 더 흘러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말의 의미는 중요하지 않았다. 난 그 순간 구리선 넘어의 목소리에서 모든 걸 느꼈기에)

 

난 살면서 별나게도 질투, 시샘을 해본 적이 없다. 물질적으로 부럽다라는 인상은 있었으되(IMF때 망한 잘나가던 집 도련님네 인생이니..) 그런데 살면서 처음으로 질투란걸 느낀 날이 있다. 2008년 축제, 내가 처음으로 술로 기억을 잃은 날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내 주변에 변태 파시스트 사건으로 더 알려진 날이다.(창호영감 미안)

 

오진의 노래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그 중에 화()라는 노래가 있다. 유튜브에 보면 오지은씨가 마치 키스 자렛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처럼 라이브로 건반을 치며 노래를 하는 영상이 있다. 꼭 보길 바란다. 그 무엇보다 노래 가사가 인상적이다. 너는 아무리 생각해도 목마른 갈증의 대상이고,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보물 같아서 갈아마셔 버리고 싶단다. 너는 내 이성, 이론, 존엄, 권위를 모두 유치함과 조바심, 억지, 속 좁은 오해로 전락시키는 존재다. 곡의 한 가사는 이렇다. “사랑이란 이름 아래 저주처럼”....

 

하나는 유다를 죽이고 싶을 만큼 사랑한다. 배신감과 질투는 분노로, 분노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실천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실천의 끝엔 대개 후회가 자리 잡고 있다.

 

하나와 유다에 대한 이야기는 3학년 2반이란 공간에서 13개월이 지난 시간에도 하나의 전승처럼 자리잡고 있다. 나타나지 않는 책상 주인과 새로 나타난 이방인, 왕따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무()를 칭하는 아이 그리고 그에 대한 중2병 적 숭배의 존재는 이 평범하디 평범한 새드 엔딩 러브스토리를 학교괴담으로 만든다.

 

중학생이란 나이는 묘하다. 마치 가끔 어른인냥 굴지만 동시에 아이다. 어른이지만 어른이 아니기에 어른의 세계는 날선 경계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마치 그것을 좀 아는 듯 생각한다. 한편 사랑이란 감정은 날 부끄럽게 하고 갈아먹고 싶어질 만큼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더욱이 상대가 죽여 버리고 싶었던 이라면? 아이기에 솔직하지만 동시에 솔직함을 두려워하는 어른의 면이 있다. 중학생이란 나이는 아이와 어른의 그 경계 어딘가에 서 있는 나이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평범한 생활 공간조차 모험의 장이 되고, 보통의 시간이 스릴러로 충만할 수 있는 것은...아직 남아있는 유년의 상상력 때문이 아닐까?

 

영화는 서정적이다. 그림은 아름답다. 앨리스가 아버지를 만나 신사를 걷고, 집으로 달려가는 장면을 위시해 여러 씬들은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그 외에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어 보인다. 유머는 제법 깨알같이 웃기고, 사람에 대한 묘사가 참 정겹다. 그리고 그 중2병이 이렇게 이쁠수도 있는가?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사실 왜 살인사건인지 그리고 왜 그것이 굳이 제목인지 읽지도, 납득치도 못했다.

근데 문득 퇴근하고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의미를 깨닫고 이렇게 글을 남긴다.



리뷰를 적고 싶었지만, 리뷰라기 보단 쓰잘데기 없는 자전적 에세이가 되어버린것 같다.

 

사족

 

1. 음악이 참 좋다.

 

2. 이와이 슌지....우리 여사님이랑 나이차도 안 났던 것 같은데 이래도 되나? 50대 아저씨가 10대 여중생의 생각, 마음, 사고를 이렇게? 그가 가진 어떤 유년적 상상력?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3. 영화관에는 단 세명, 2+1, 극장을 전세 낸 기분..뭐 그렇다고

 

4. 새삼 신카이 마코토가 자꾸 생각나고 비교된다.

 

5. 내가 중학교를 제대로 다녔으면 어땠을려나? 장담컨대 재미없는 생활이었을 것이다. 왜냐 지금도 예전에도 재미없기론 놀라울 만큼 일관성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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