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편의 영화가 생각 난다. 가장 먼저 생각 난건 영화의 배경과 그 결말에서 묘하게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보이고, 그 긴장감은 캐서린 비글로우의 <제로 다크 서티>나 <허트로커>를 느꼈고,미국과 멕시코 고속도로 씬이나 처음 납치범의 집을 습격할때는 리들리 스콧의 <블랙호크다운>나 지난해 1월에 봤던 <아메리칸 스나이퍼>등이 겹쳐 보인다. 그리고 영화는 뭔가 이것들을 고유한 감각과 관점으로 버무린듯 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토미 리 존스가 느낀 무력과 공포, <제로 다크 서티>에서 빈 라덴을 제거 하는 장면이나 <허트 로커>의 긴장감, <블랙 호크 다운>이나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보여주는 전쟁이란 것의 리얼리티가 주는 비극성과 잔혹함이 끊임없이 연상된다. 아 언젠가 TV에서 보았던 브라질에서 갱과 싸우는 이야길 다룬 영화 <엘리트 스쿼드>도 떠오른다. 그만큼 이 영화가 다루는 소재들은 이미 여러 영화들에서 지긋지긋하게 다뤄진 소재일 것이다. 마약, 카르텔, 카르텔과의 싸움, 암살 등등...하지만 이 영화에는 무언가 기성의 소재를 다룸에도 비교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다.


  우선 영화는 긴장감과 스릴(이 표현이 올바른지 혼란스럽다. 더 좋은 표현 없나?)이 지배한다. 감독은 이 긴장감과 스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카메라와 연출에 엄청난 노력을 투자한것 같다. 흔히 관객을 깜짝 놀래키는 영화는 많지만 이정도로 가슴 깊은 곳에서 압박을 느끼는 영화는 (영화관에서 본 것 기준으로) 처음인것 같다. 특히 감독이 영화의 시점을 매우 역동적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는 인상이다. 요컨데 비밀 땅굴 진입 씬이 그 백미일텐데 영화는 관찰자 시점에서 갑자기 작전 요원의 야시경이나 적외선 투시경 시점으로 드나들며 긴장감을 높인다.(제로 다크 서티의 라덴 사살 장면에서 이런 전환이 있었던것으로 기억한다.)

  주가 되는 인물의 전환 역시 극적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케이트를 중심으로 두고 영화를 풀어가지만 땅굴 작전의 말미에 이르러 갑자기 주인공을 알레한드로로 바꾼다. 그 시점부터 영화는 마약과의 전쟁을 다룬 영화에서 한 아버지, 한 남편의 복수극, 암살극으로 바뀐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잔인함을 피하지 않는 알레한드로의 표정이 케이트의 갈등과 고민을 묻어버린다. 납치범의 거점을 습격하며 시작된 영화의 이야기는 영화 곳곳에서(특히 기에르모 체포 직후) 흩뿌려놓은 알레한드로의 개인사(멕시코의 정의로운 검사였지만 카르텔에게 아내와 딸을 잃은)와 그 과정에서의 배신으로 종결된다. 영화가 핵심 구호로 설정하는 하나의 작전 서로 다른 목표라는 것이 자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CIA인 맷은 마약 카르텔을 CIA가 "관리 할 수 있는 악"으로 만들기를 원한다. 알레한드로는 사적인 복수의지가 이 작전을 주도하며 그 지점에서 맷과 알레한드로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케이트는 같은 작전을 하지만 그녀가 맷과 알레한드로와 공유하는 것은 단지 이 작전의 외피이다. 그녀가 진실을 목도한 순간에 느끼는 좌절감은 바로 이 하나의 작전을 둘러싼 상이한 입장과 시각 그리고 그 속에 나타나는 자신에 대한 도구화와 배신 때문일 것이다.(이미 케이트는 카르텔을 끌어내려고 미끼가 되기도 했다.)


형편 없는 내 포토샵 실력을 탓하라 


   영화는 몇 가지 물음을 관객에게 던진다. 관리되는 악이라는 통치 전략의 문제,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제국의 유지를 위해 자행하는 필요악들, NAFTA로 인해 지옥으로 변해버린 리오 그란데 강 이남의 현실, 정의와 법의 무력함까지 영화는 무거운 문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하지만 질서정연하게 풀어나간다. 특히 후아레즈라는 도시가 드러내는 거대한 불안과 공포, 폭력의 구조는 이른바 윤리적인 경찰 국가 미국의 실체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영화는 말미에 마치 디렉터즈 컷이었을 법한 장면 하나로 영화를 마무리 한다. 이 작전의 실체를 알고 좌절하여 집에 있는 케이트를 알레한드로가 찾아 간다. 알레한드로는 CIA와 자신이 벌인 이 작전의 합법성을 추인받기 위해 케이트의 서명을 요구 했고 결국 케이트의 서명을 받고 돌아선다. 그때 알레한드로는 케이트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이곳에서 살아남을수 없다. 당신은 늑대가 아니며 이곳은 늑대의 땅이다. 자살 당할 수 있다. 고로 아직 법이 살아 있는 작은 마을로 떠나라. 케이트의 아파트를 벗어나는 알레한드로에게 케이트는 총을 겨누지만 결국 쏘지 못한다. 케이트는 결국 알레한드로가 상징하는 초법적이고 합법적인 악 앞에 다시 무력해진다. 법과 원칙, 정의는 그렇게 공포와 무력감의 나락으로 떨어 졌다.



  마지막으로 가장 흥미로운건 실바라는 멕시코 경찰의 이야기다. 그는 정의로운 경찰이 아니다. 마약 배송을 돕기도 하는 그렇게 때 묻은 경찰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한 아이의 가장이고 그 아들과의 축구를 즐긴다. 그는 알레한드로의 복수 과정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이다. 감독은 왜 굳이 실바의 이야기를 넣었을까?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이 구조를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이 구조 속에서 어떤 주권도 없이 소소하게(!) 희생되는 그런 이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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