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어느 날
...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요?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유리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 하지 않았다

십수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으며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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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더라, 문학나눔의 시배달에 이 불온한 시가 올라온적이 있었다...
2008년 초였나...한참 학교 다니며 어떻게 살아야 내 신념과 가치에 충실히 살 수 있을지 대가리 굴리던 그때, 그때의 고통속에서 이 시가 내게 준 울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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