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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피질의 낭비

강남역과 구의역, 그리고(영대신문 1626호 16. 6. 7 발행) 강남역과 구의역, 그리고 (영대신문 1626호 16. 6. 7 발행) 대구 중앙로역 2번 출구 불과 2주 사이를 두고 서울 2호선의 두 역이 거대한 추모와 공론의 장이 되었다. 지난 5월 17일 강남역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혐오범죄에 이제 23살 여성이 피살된 데 이어 이번에는 이제 20살을 갓 지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하철 스크린 도어 보수 과정에서 지하철과 스크린 도어 사이에서 목숨을 잃었다. 잠실 철교를 가운데 두고 몇 정거장 되지 않는 역 사이는 애도와 공감, 분노와 절망의 목소리로 가득찼고, 두 역사는 어느새 추모와 애도의 언명이 적힌 포스트잇과 조화들에게 그 여백을 내어 주었다. 강남역과 구의역 두 사건은 일견 전혀 다른 개별적 사건처럼 보인다. 하나는 여성에 대한 혐오에 의한 살인 사건이.. 더보기
비극. 선물 세월호도 12.28 합의도 강남역도 구의역도 우리 시대의 선물이다. 그저 평범하게 세상이 이런지도 모르고 안온하게 정제된 세계를 살아갈 우리들에게 우리 시대가 얼마나 맛간 시대인지 현실을 보여주는 선물. 그 선사의 과정이 가진 비극성 만큼(12.28 합의는 블랙코미디에 더 가깝나?) 현실의 비극성을 더 드러내는 그런 선물. 선물은 어쨌든 받았으면 돌려줘야 한다.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 더보기
냉면론 냉면론 2년 전 여름인가 종열이랑 부산안면옥을 갔다. 부산안면옥은 대동면옥과 더불어 괜찮은 평양식 냉면을 하는 대구 최고의 냉면집이다.(가게 자체가 한국전 때 월남한 집이다) 난 부산안면옥의 명태회를 듬뿍 얹어 주는 그 특유의 전분 그득한 찰짐을 안은 함흥식을 좋아해서 그걸 먹고 종열이는 슴슴 닝닝한 육수에 메밀맛 듬뿍인 평양식을 먹었다.그때 옆테이블에 아지매 두 분이 냉면을 먹는데 한 명이 계속 투덜댄다. 냉면이 왜이래 맛이 없냐면서 인근 강산면옥(대구 냉면의 대중적 오리지널은 강산면옥애 있다) 물냉면과 비교를 하며 같은 물냉면을 먹던 종열이에게 물냉면 맛 없죠? 라고 물어왔다.종열인 이 집의 평양식 냉면이 처음이라 우리가 흔히 먹는 물냉면에 비해 낯설고 '맛'이 없었던지 "네"라고 나지막히 답했고 아.. 더보기
택배를 받으며 택배를 받으며(대구신문 4월 25일 http://www.idaegu.co.kr/news.php?mode=view&num=195586) 집에 초인종이 울릴 때 가장 반가운 사람은 누구일까? 부모? 자식? 배우자? 친구? 유감스럽게도 택배기사라고 답 할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으리라 짐작된다. 택배는 이 거대한 자본주의 생산 질서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장치이며 동시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타인이다. 특히 인터넷이나 전화, TV 등을 이용한 원거리-비대면 구매기법의 발달은 택배와의 만남을 더욱 잦게 만들었다. 어느 자취생은 부모님 보다 택배 기사님이 더 친근하다 할 정도이니 택배와 택배 기사님과의 만남은 그만큼 일상적인 경험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상품 구입을 자주 하는 편은.. 더보기
내 맘대로 선거 평가 내 맘대로 선거 평가(1) 출처: 오마이뉴스(http://omn.kr/jexp) 0. 이거 쓰고 두세 편 정도 똥을 더 연재해보겠습니다. 1. 내 첫 선거는 21살이던 2006년 제 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였다. 이후 2007년과 12년 대선, 08,12년 대선, 10년 14년 지방선거를 겪으면서 지역구 투표는 몰라도 비례대표나 전국단위 선거에는 확고한 지지를 결정하고 기표대에 들어섰다. 아마 이번 총선은 내가 정당 지지를 확고히 하지 않고 기표구를 들대까지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첫 선거였다. 정의당과 녹색당 사이 열 칸 남짓을 오가며 십 수초를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녹색당에 한 표를 던졌다. 정말 혹시라도 재수 옴팡지게 좋아서 녹색당이 비례 한 석을 얻는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은 해봤지만 난 그게 적어도.. 더보기
그래서 누가 흙수저인가? 그래서 누가 흙수저인가? 지난해 한국 사회를 풍미한 어휘를 몇 개 뽑아 보자면 ‘흙수저’는 단연코 그 윗자리 어딘가를 점할 것이다.나날이 악화되는 청년 세대의 삶의 조건과 개선 될 가능성이 희박해 지는 미래 전망, 불평등하고 왜곡된 기회 구조 속에서 부모 세대의 정치, 경제, 사회적 자원이 후속 세대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데 대한 자조섞인 메시지가 담긴 이 말은 한동안 잠잠했던 청년 세대 담론에 다시 활기를 불어 넣었다. 선거란 그것의 내적 생리 상 어쩔수 없이 그 당시의 가장 뜨거운 감자를 다룬다. 2012년 대두된 이른바 청년 정치는 4년의 시간이 지나 흙수저라는 이미지와 결합하였고, 어느새 흙수저는 청년 정치인들에게 자신이 후보가 되어야 하는 중요한 정당성으로 자리 잡았다. 보수 야당의 청년.. 더보기
필리버스터의 유산(대구신문 3월 3일 발행) 필리버스터의 유산(대구신문 3월 3일 발행) 이시훈(본색 소사이어티 대표,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2016년 늦겨울은 한국 정치사에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집권 여당과 정권의 무리한 테러방지법 입법 시도에 맞선 민주당과 정의당을 중심으로 한 야3당은 170시간에 이르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이 글이 쓰이는 동안 32명의 야당 의원들이 잠과 끼니, 배변의 안온함을 내려놓고 밤낮으로 돌아가며 국회 단상을 지켰다. 제 6공화국 헌정사 최초의 ‘사건’에 사이버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국민들의 호응도 컸다. 인기 예능방송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이름을 따 “마이 국회 텔레비전”이라는 애칭으로 필리버스터를 부르는 이도 있었고, 몇몇 의원들의 헌신적이고 감동적인 호소와 각자의 영역과 경험.. 더보기
우겸의 죽음 우겸의 죽음명나라가 영락제 시절을 지나 나름 잘 나가던 시절, 어이 없는 사건으로 붕괴 직전에 내몰린 적이 있다. 명나라 5대 황제 정통제 시기 변방의 교역 문제로 야기된 오이리트계의 남진은 명나라와 몽골의 대전으로 이어졌다. 명나라는 아려졌다 시피 후한 이후 최고로 환관의 정치적 역할과 위상이 높은 시대였고, 최고권력을 행사하던 환관 왕진은 정통제에게 친정을 진언하며 전투원과 비전투원 구별 없이 죄다 끌어 모은 50만의 대군을 이끌고 산서성으로 향한다. 결과는 알려졌듯이 명나라 50만 대군...사실 군대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전투우너과 비전투원이 혼재된 거대한 무리는 10분의 1이 될까 말까한 몽골군에게 탈탈 털린다. 몇 차례의 대패에 황제와 이 거대한 무리는 토목보라는 변방의 요새에 들어가게 되는데 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