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후(45 years, 2015)





왼쪽은 원작 포스터, 오른쪽은 한국판 서브 포스터(둘 다 너무 좋다)



  2014년에 참 몰입해서 봤던 영화<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프라우도의 여동생 아드리아나의 나이 든 역을 맡았던 샬롯 램플링과 프라우도의 레지스탕스 동료 주앙의 나이든 배역을 맡았던 톰 커트니 두 사람이 부부로 만났다.(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를 생각하면...친구의 여동생, 오빠의 친구 사이였던 아드리아나와 주앙이 결혼했다면 대충 실제 이 영화의 부부 정도 연배가 아니였을까..소름)


  <45년 후>는 무척 목가적인 공간, 무채색의 배경 속에서 평범한 노년을 살아가던 머서 씨 부부 사이에 일어난 일들에 관한 영화이다. 두 사람은 다가오는 토요일이면 결혼 45주년을 맞는다. 부인인 케이트 머서는 과거 남편인 제프 머서의 질병으로 치르지 못한 40주년 결혼기념일을 대신해 45주년 기념파티를 하기 위해 분주하다. 그러던 와중 남편인 제프에게 과거의 스위스 산악 등반 중 사고로 실종된 연인(내지 동거녀?)의 시신이 긴 시간(두 사람이 결혼한게 45년이란걸 생각하자)을 지나 설산의 빙하 속에서 냉동된 채 발견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온다. 영화는 다가오는 토요일의 결혼기념일 파티를 앞두고 6일 간 두 부부가 겪는 심리의 변화를 중요한 얼개로 삼고 있다.


  스위스에서 오래전 젊은 시절의 모습 그대로 빙하에 속에 얼어버린 연인의 소식에 제프는 흔들린다. 그는 끊었던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고 스위스로 떠날지 여부를 고민한다. 오랫동안 쓰지 않던 독일어 사전을 창고에서 꺼내고 다락방에 올라가 오래된 연인과의 사진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제프의 심적 변화를 케이트는 불안과 질투가 결합된 묘한 감정으로 바라본다.

  4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둘은 서로에게 각자가 바랬던것 같은 '온전한 하나'는 아니었던것 같다.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나누고 싶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 자체의 존재론적 한계로 인해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없다. 공유하고 싶지만 공유되지 않는 그 지점은 언제나 우리에게 균열과 두려움, 상상과 추측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제프는 아마 여전히 케이트를 사랑하지만 한편으로 과거의 그 사고에 대한 죄책감과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발견 되었다는 연인의 모습에 심적으로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자신의 심정을 구태여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굳이 언어적 설명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이해해줄 것이라는 믿음이었을까? 자신이 발견 된 옛 연인에 대한 이야길 하며 일상에서 흔히 목격되는 그런 전제들을 달지 않는 것은 과거의 기억과 옜 연인에 대한 몰입일수도 있지만 동시에 케이트에 대한 무언의 신뢰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케이트는 불안하고 혹시나 그녀를 찾기 위해(정확히는 수십 년 전의 모습 채로 빙하에 갇힌 그녀를 만나기 위해) 스위스에 가지나 않을까 걱정되고 옛 연인과 사이의 이야기를 술술 이야기 하며 보이는 남편의 변화가 불편하다.

  영화는 어떤 절정도, 뭔가 화려하고 거대한 분출 없이 제프와 케이트의 스쳐가는 표정돠 동작 하나하나에 이 균열과 불안을 숨겨 보여준다. 얼핏 보면 그냥 단지 한 노부부에 대한 밀착 다큐멘터리 같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나타나는 (주로 케이트의) 동작과 표정,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더욱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순간에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것 처럼 보이는 그런 작은 것들이 시간과 함께 쌓여가며 질적으로 다른 감정들을 만들어 간다.



주변의 경험들을 통해 감히 짐작해볼 수는 있지만 아직 내겐 너무 먼 이야기일려나. 45년을 한 이불을 덮은 사람이 며칠 전의 그 사람이 맞는지 혼란스러운 그런 마음


영화에서 더 플래터의 Smoke get in your eyes가 계속 나온다. 마지막 엔딩도 함께하는데 이 노래...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씌임에 대한 경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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