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페스티벌과 사라진 ‘대학’의 이념(영대신문 1604호 2014.9.15 발행)

 

대학 언론, 대학 운동 등 대학 내의 여러 활동과 행사에는 유독 ‘대학’이라는 말이 붙는다. 여기서 대학이란 말의 외연은 단순히 대학이란 공간, 사회적 관계에 대한 지칭이며 그 내포에는 ‘대학’이 대학 외부와 어떠한 지점에서 구분되는 특성이 있다는 함의가 담겨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대학에서 이뤄지는 여러 활동들에서 이런 ‘대학’의 고유성이 사라지고 있다. 정확하게는 대학이 이미 대학 바깥 사회와 엄밀히 구분되지 않는다. 이 변화는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더 이상 이전 세대와 같이 하나의 사회적 정체성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이는 90%를 넘나드는 대학진학률에 따라 절대적으로 대학생의 규모가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대학생들 사이의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의 분화가 두드러진 영향이 크다. 그리고 현재 대학에서 이전 세대와 같은 공통의 목표와 거대담론이 사라짐에 따라 그런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의 상이함에도 서로가 공통성을 느낄 토대 역시 사라졌다. 하지만 대학에서 이뤄지는 활동들에는 여전히 ‘대학’이라는 단어가 붙어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여기서 대학은 그 말의 내포에 담긴 구분되는 정체성을 뜻하기 보단 단지 공간과 거점만을 의미하거나 그저 하나의 수사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이것이 ‘대학’이라는 배경에 부합하는지 자문자답하게 하는 일 역시 종종 목격하게 된다.

추석 직전, 정문 수변무대 인근에는 화려한 무대와 천막들이 아침부터 분주하게 설치되었다. 그리고 그 천막들엔 하나 같이 익숙한 이름의 주류, 치킨, 식품회사들의 이름이 붙어있었다. <치맥페스티벌>이 두 번째로 본교에서 열리는 날이었다. 해가 저물고 학생과 시민들이 부스 근처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치킨과 맥주를 준비하여 잔디밭에 모여 앉아 공연을 관람하며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치킨과 맥주를 팔 뿐, 그저 평소 대학 축제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이 모습이 대학 캠퍼스가 아닌 다른 여타의 공간에 고스란히 옮겨 놓아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다는 점이다. 즉 굳이 대학 캠퍼스에서 대학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행사인 것이다.

‘대학’의 정체성은 대학의 문화를 통해 발현된다. 그렇기에 대학의 문화를 살펴서 외부와 구분되는 공간으로 이해되는 ‘대학’의 고유성, 정체성을 반추해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대학 사회에서 대학 문화라는 것을 찾는 일은 녹록치 않다. 현재의 대학 문화는 크게 두 가지 형식에 잠식되고 있다. 하나는 과거 198,90년대 대학에 형성된 운동권 하위문화의 잔재물들이다. 이 당시 운동권 하위문화는 대학이란 공간을 외부와 구분케 하는 가장 큰 요소였다. 저항과 해방의 거대담론 아래 기획되고 구성된 이 문화 양식은 대학에 다양한 형태의 의식과 행사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통적 운동권이 퇴조한 이후 대학에 잔존한 이 의식과 행사들은 과거 그것을 기획하던 당시의 의미와 정신을 잃고 새롭게 되물어지고, 재해석되지 않은 채 껍데기만 남아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치맥페스티벌>처럼 대학 외부 문화의 연장선상으로 소비주의, 상업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지닌 문화가 대학 문화를 침식하고 있다. 하지만 두 가지 형식 모두 온전히 ‘대학’의 문화라고 지칭하기엔 어려운 면이 있다. 왜냐? 그곳에는 바로 ‘대학’의 정체성과 이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바깥과 구분 되는 ‘대학’이기 위해서는 그 구분을 가능케 하는 어떤 기반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대학’의 정체성과 이념이다. 중세 인문주의자들이 만든 이래 대학이란 공간은 늘 다른 공간이었다. 당시 인민주의자들은 진리의 해석권을 신과 교회에서 인간으로 가져오고자 했고, 이는 신과 종교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의미했다. 공학의 시작은 이윤창출이 아닌 노동으로 부터의 인간 해방이었다. 즉 ‘대학’이 단순한 학교가 아닌 이유는 그 근원에 학습과 진리탐구를 통한 인간 해방의 지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학에는 그 바깥과 구분되는 정체성, 문화와 정서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에서 과연 ‘대학’의 이념과 정체성이 있는가?

지난 학기, 중앙대 철학과 학생 한명이 대학을 자퇴했다. 그는 대학이 ‘대학’답지 않은 취업학원으로 전락했으며, ‘대학’이 정의를 잃었음을 비판했다. 현재의 대학은 더 이상 ‘대학’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지금 대학에 무엇이 남아있는가? 국비지원금 경쟁, 취업률 경쟁, 학벌경쟁이 남아있다. 학교의 입구엔 휘황찬란한 국비지원금 유치 성과가 광고되고, 기업의 임원을 얼마 배출했는지가 적혀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물으려 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대학’의 이념과 정체성이 사리진 그 순간 이곳은 그 자퇴생의 말처럼 전문대학 아니 학원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사실 답습되는 대학 문화나 <치맥페스티벌>의 문제는 결국 대학에서 ‘대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시 좋은 ‘대학’의 가능성, ‘대학’의 이념을 찾아야 하는 책임이 있는 이들의 ‘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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