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 통합 움직임에 부쳐(대구신문 2015년 8월 6일)

 

 

며칠 전, 서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평소에 진보정당에 관심을 보여온 친구가 노동당 내부의 통합 찬성파와 탈당파들이 결성한 진보 결집 더하기홈페이지를 내게 보내며 진보정당 통합에 대해 의견을 물어왔다. 친구는 오랜 시간 진보정당들에 관심을 가져왔다가 근래 한 정당에 가입한 상황이었고, 주변의 친구들 가운데 진보정당에 나름 논문도 쓰고 얼뜨기 당원으로 오래 있었다는 이유로 내게 그런 물음을 던져왔다.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제 6공화국 체제 이래 한국의 진보정당 역사에서 분립은 필패를 뜻해왔다.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입했던 2004년의 경험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라는 제도적 변수 이외에도 민주노동당이 가지고 있던 몇 가지 특징에 기인하는 바가 컸다. 요컨대 2000년 총선, 2002년 대선과 지방선거와 비교했을 때 2004년 민주노동당이 얻은 비약적인 득표력의 확대는 단순히 사표심리의 축소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선 핵심적인 진보 운동 세력이 상당 수준 민주노동당으로 결집하고 있었고, 상당한 노동자 농민 학생 등 전통적인 좌파의 대중적 기반들을 미약하게나마 잘 만든 결과였다.

 

한국 사회의 이념 분포가 대개 생각하는 중도층이 두터운 표준분포가 아니라 다소 우측으로 쏠려 있는 상황이며 인구분포에서도 진보-좌파 정당이 강점을 지닌 청년층 보다 중장년층 그리고 노년층이 수적으로 우위를 지니고 있다. 그뿐 아니라 직업 분포에서도 노동운동의 기반이 되는 대공장 육체노동자의 비율보다 보수적인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현실에서 열세인 유권자 규모를 하나의 진보-좌파 정당에 집약시키는 것은 당연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렇기에 진보정당들의 통합 움직임은 대중적 진보정치의 구축과 성장이라는 지점에서 분명한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역사적 당위와 별개로 이번 통합 운동에는 여러 가지 우려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진보-좌파 진영의 내부 갈등의 역사다. 과거 군부 권위주의 정권 시기 학생운동을 모태로 삼아 발전해나간 한국의 진보, 좌파 운동 세력은 군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치열함 못지 않게 치열한 내부 투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것에 2007년과 2012년의 분당 경험이 겹치며 통합의 범위에 들어있는 이들 사이의 신뢰에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통합 된 정당의 정체성과 목표에 대한 논의가 현재로서는 너무나도 취약하다. 앞에서 친구가 보내준 진보결집 더하기는 물론이며 요컨대 많은 이들이 새로운 진보정당이 필요한 근거로 제시하는 반 신자유주의의 경우 이미 신자유주의가 2000년대 후반 들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에 엄밀히 부합하지 못하는 것이며 동시에 선명한 대안 지향이 취약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한편 이 정체성과 목표의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오랜 시간 분리되어 있던 제 세력과 정당들의 통한 과정에서 정체성과 목표가 하나의 촉매 역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정당 통합이 본격화 되지 않은 시점이기에 이 부분의 경우에는 관망할 필요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 2012년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3당 통합 과정을 복기해볼 때 이 통합 과정의 중요성과 그 과정에 필요한 촉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 외에도 2012년이라는 지나간 역사에 대한 평가와 청산 역시 필요하다. 2012년 통합과 분당 과정에 대한 조금 더 객관적인 성찰이 모두에게 요구된다. 요컨대 그 통합이 매우 유리한 정치적 환경 속에서 실패한 이유라던가 그 당시 독자정당을 지향했던 이들이 시간이 흘러 진보정당 통합을 주장하고 추진하게 된 그 과정과 맥락이 드러내야만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더 강고한 새 정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의 시리자가 결국 트로이카로 불리는 유럽과 IMF의 요구안을 수용함에 따라 한때 많은 이들을 열광하고 환호하게 했던 그 실험은 일단 패배로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진보정당만이 해낼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 제도권 정치 안에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현 정부와 같이 노동시장, 자본관계에 있어 노동자와 농민, 빈자에 불리한 개혁을 추진하는데 있어 진보정당만큼 구체적 전망을 가지고 반대할 수 있는 세력을 찾기란 힘들다. 다시 꿈을 꾸고 싶지만 그 과정도 그 미래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새로운 진보정당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이들이 겪을 고단한 길에 성공이 깃들길 바래본다.

내가 아는 사회과학과 역사에 진보정당은 두 가지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로버트 미헬스가 이야기한 정당의 과두화가 그 첫번째이며, 2차대전 이후 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회민주당이 보여준 포괄정당, Catch All Party로의 변화가 그것이다. 후자의 경우 특히 현실 대의제 하에서 실제적 의미를 가지는 정당에게 더욱 극명히 드러난 모습이었다. 즉 모든 정당은 과두화 되며 동시에 이념적으로 중도로 수렴된다는것이 내가 아는 사회과학에 하나의 법칙처럼 존재했다.



진보정당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사실 민주노동당에 가입했을 처음에는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세상이 바뀐다는 단순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게 22살때의 일이다. 그런데 자본주의란걸, 정치경제학이란걸, 정치학이란걸 조금 더 공부하면 공부할 수록, 현대 자본주의라는 토대의 산물인 대의제가 과연 그 토대를 극복하는 기제가 될 수 없다는 내면의 확신이 생겼다.  당장 1926년 영국 노동당의 램지 맥도날드 내각이 보여준 처사, 당시 영국노총 TUC가 보여준 처사는 결국 대의제 하에서 진보정당 역시 그 진보라는 가치 이전에 정당으로 유효성을 위해 존재하는, 자본주의를 지키는 호위병일 뿐이라는 확신을 더욱 강하게 해줬다....나의 이런 의문에 몇몇 선배들은 차베스 처럼 우리도 포철과 삼성전자를 국유화하여 그것을 무기로 우리나라 내부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할수 있을거라 했지만....차베스의 사회주의는 석유라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장치에 기댄 동시에 다른 국가의 인민들의 돈으로 운영되는 자본주의에 기반한 사회주의일 뿐이고, 설사 포스코와 삼성전자가 그런 석유와 같은 위력이 있을지라도 그건 결국 지구적인 자본과 노동관계 속에 존재하는 1국 사회주의일뿐인게 아닌가..삼성의 이윤을 통해 한국은 해방될지 모르지만 삼성은 그 이윤의 극대화를 통해 자국민이 아닌 다른 어느나라의 노동자를 착취해야만 이윤을 증식시킬수 있는게 아닌가...여긴 매우 단순하게 적지만 내 고민의 결론은 집권은 사회변혁과는 다르다는거였다


강한 힘에 맞서기 위한 강한 힘은 일견 현실적으로 보인다. 자본에,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기 위해 한국의 정치권력이 필요하다는 레토릭도 일견 맞는말로 보인다. 그러나 그논리의 귀결이 핵을 막기 위해 핵이 필요하다는 과거 냉전시대의 미소 양강이나 지금의 북한, 일본이 펴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힘을 막기 위해 제한된 힘은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 힘은 수단이지 그 힘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력이라는 것은 그 속성상 목적을 수단이 압도하는 경우를 수도없이 역사속에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지금 진보정당에게 필요한것은 현실적 대의제 아래의 정당으로 유효성이 아니라 그 사회를 규정짓는 수 많은 관계들에 대한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것이 아닌가? 그러나 집권은 이 대안을 현실정치를 통해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 대안을 왹죄고 포기할것을 강요한다. 정당이 위에서 말한 과두화와 포괄화의 철칙에 놓인다면, 집권은 베버가 말한 책임정치의 굴레에 놓여있지 않은가? 현재의 대의제에서 그 누가 집권하여도 비정규직을 폐지하고 정리해고를 금지시키며 자본가에 높은 세율과 확고한 평생고용을 요구할수 있는가? 결국 그 자본가와 중간관리자들도 우리의 유권자고 국민이 아닌가? 노동계급의 표만으로 우리가 집권한다 한들 우리가 노동계급만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목적과 수단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수단이 목적을 규정짓는 이 역사적 법칙에서 우리는 자유로울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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