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와 자려고 이제야 누워 영화 생각을 해본다. 해방을 이야기하던 사회주의 국가는 나의 삶 20년과 내 아내의 삶, 내 자식의 과거를 앗아갔다. 단지 한 지도자의 죽음과 정책적 선회는 20년의 삶을 굴레로 부터 달랑 한 장의 서류와 믿으라는 말로 해방시켰다. 하지만 난 아내를 잃었다. 살아있지만 그녀는 나의 지금을 기억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어쩌면 그 순간 나 역시 나와 호흡할 수 있는 '이전의 아내'를 잃어버렸다.


극중에서 진도명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공리를 위하여 부단히 노력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 확인 받고 했지만 점점 갈수록 그것은 단순한 인정, 확인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자신 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파괴된 그녀에 대한 마음일테지, 자신을 알아보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이를 여생을 바쳐 헌신적으로 사랑한다는건 사실 말이야 쉽지....과거의 스스로의 이기심으로 자신에게 비수를 꽂은 딸 조차 보듬는 그것이...과연 그 어떤 부채감, 책임감 따위로만 가능하랴...........


영웅, 연인, 황후화 등 중국식 블록버스터로 나아갔던 장예모가 그의 초기작의 관점으로 돌아왔다. 거대한 역사의 서사 한 가운데 서있는 개인의 삶, 그리고 그것에 대한 따스함과 애틋함...예전의 투박함은 세월이 주는 원숙함과 세련되어진 연출과 기법으로 발전했다. 과거의 장예모가 중국 인민의 그 질긴 삶 그 자체에 주목했다면 이젠 그 가운데 있는 이들의 밀도 높은 감정들, 태도들까지 보여준다.


진도명은 맨날 왕만 하다가...새로운 면을 보여줬고, 장예모의 사랑 공리는 여전하다. 그녀는 특출나게 이쁘지도 아름답지는 않을지언정...아마 살아있는 중국 보통 인민의 얼굴..그 수십억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예전에 누가 이야기 했는데..여전하다.


여튼 오늘도 이렇게 밤이 깊어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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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 날 바라보지 않는 너에게 헌신할 수 있을까,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들은그 감정을 대함에 있어 매우 빠른 쾌락 주기에 매몰된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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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중국어 제목이나 영어 제목보다 국문 제목이 더 영화를 정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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