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송경동

 

 

용산4가 철거민 참사현장

점거해 들어온 빈집 구석에서 시를 쓴다

생각해보니 작년엔 가리봉동 기륭전자 앞

노상 컨테이너에서 무단으로 살았다

구로역 CC카메라 탑을 점거하고

광장에서 불법텐트생활을 하기도 했다

국회의사당을 두 번이나 점거해

퇴거불응으로 끌려나오기도 했다

전엔 대추리 빈집을 털어 살기도 했지

허가받을 수 없는 인생

그런 내 삶처럼

내 시도 영영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출처] 송경동-무허가.|작성자 외론늑대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어느 날
...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요?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유리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 하지 않았다

십수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으며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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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더라, 문학나눔의 시배달에 이 불온한 시가 올라온적이 있었다...
2008년 초였나...한참 학교 다니며 어떻게 살아야 내 신념과 가치에 충실히 살 수 있을지 대가리 굴리던 그때, 그때의 고통속에서 이 시가 내게 준 울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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