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2016)

 

  

<닥터 스트레인지( 이하 <닥터>)는 그간 마블 스튜디오가 만들어온 작품과는 그 궤를 달리 하는 작품이다. 작중에 틸다 스윈튼의 대사로 설명되었듯 <닥터>의 세계는 어벤져스와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지만 실제 그 세계에서 그들이 살아가고 역할을 수행하는 세계는 묘하게 분리되어 있는 세계다. 거칠게 정리하자면 어벤져스의 세계가 물질, 기계, 과학기술, 과학의 세계라면 <닥터>에서 마스터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정신, 영혼, 초월, 신비의 세계다.

<닥터>는 탁월한 신경외과의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닥터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교통사고로 인해 손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벌어지는 좌절과 손을 회복하기 위한 사투의 연장으로 수련 세계의 진입과 성장을 흐름으로 하고 있다. 즉 원래의 닥터 스트레인지의 삶이 어벤져스의 세계에서 교통사고를 계기로 마스터들의 세계로 넘어오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 세계는 마치 선불교나 무협물, 도교, 라마교, 힌두교 등이 뒤섞인 듯 한 이미지를 가진 종교적 세계.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그리고 그 세계 내에는 이 세계를 관장하고 지배하는 자연 법칙을 둘러싼 교리의 대립이 존재한다. 이는 영원-불영속, 무한-유한, 정복-순응, 초월-운동의 대립이다. 이는 틸다 스윈튼이 분한 에이션트 원의 제자들 사이에서 에이션트 원의 정당성, 그의 전재의 정당성, 그의 가르침의 정당성에 대한 교리투쟁이기도 하다. 죽음과 그것을 예비하는 시간이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는 에이션트 원은 시간, 죽음, 자연의 법칙에 대해 영원과 무한의 법칙으로 그것을 전복 시키려 하며 어둠의 차원을 지배하는 도르마무를 끌어들이려 하는 케실리우스를 상대로 새로운 제자 스트레인지와 함께 맞선다.

결국 에이션트 원은 영원에 수렴하는 듯한 삶의 마지막을 맞는다. 그러며 그는 자신이 어둠의 차원의 힘을 받아들였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케실리우스처럼 영원과 무한, 정복을 갈구하는 듯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제자인 스트레인지와 모르도의 입장은 갈린다.(그리고 난 추후 이 이야기가 후속편을 이끌 것이라 본다. 케실리우스와 모르도는 둘다 본질적으로 교조이며 고정된 이상, 가치에 대한 맹신자이다. 그에 비해 에이션트 원과 스트레인지는 흔들리는 존재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하지만 둘은 우선 홍콩 생덤을 지키기 위헤 케실리우스에 맞서고, 여기서 스트레인지는 모르도가 받아들이기 힘든 법칙에 거스르는방식으로 도르마무의 강림을 저지하고 그를 저 먼 세계로 추방한다.

스트레인지는 원래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는 신적 위치에 스스로가 존재한다는 오만을 가진 인간이며 물질주의자이며 합리주의자, 과학주의자, 이성주의자이다. 동시에 세계를 운동하는 실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그가 광신적으로 자신의 손을 회복하는데 집착하는 것은 이런 면을 보여주는데 충분하다 생각된다.) 하지만 스트레인지는 동시에 선하며 에이션트 원과의 만남으로 다른 세계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것을 이해하며 자신을 놓음으로 자신을 정립하는 방법을 이해했다. 동시에 그는 순응과 정복이라는 양자의 교리를 모두 포괄하고 있는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레인지는 이 극에 나오는 에이션트 원, 케실리우스, 모르도를 통합하고 넘어서는 존재다.


어질어질


영화는 비슷한 주제, 비슷한 연출,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무수한 영화들을 모두 넘어선다. ‘신비로운 동양’, ‘신비로운 마법의 모티프를 끊임없이 가져오지만 오리엔탈리즘의 구조, 서구적 인식의 구조로 그것을 야만, 신비, 비과학 등으로 가두려 하지 않는다. 동시에 세계를 하나의 고정된 실체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차원과 층위, 운동하는 형태를 가진 것으로 묘사하고 인셉션을 업그레이드한 듯한 연출로 이를 묘사한다. 한편 흔한 히어로물처럼 압도적인 존재인 적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케실리우스는 강하지만 각성한 스트레인지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이 영화는 미래의 강한 적, 에이션트 원의 공백에 따라 다가올 위험으로 가득찬 미래를 대비하는 과정으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탄생하는 이야기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최근 정국에서 우리 국민들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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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내거든...




1. 그래서 무엇이 인간적인가? 이미테이션 게임은 어떠한 질문들을 통해 그 대답이 인공지능의 것인지, 인간의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라고 영화에 소개된다. 한편 생각해보면 영화는 시종일관 수많은 이들 간의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가득하다. 일견 모자라 보이는 앨런에 대해 폭력과 학대를 가하는 급우들, 그를 이상한 놈으로 단정 짓고 고용하지 않으려 한 데니스턴 중령, 휴를 위시한 팀원들, 앨런의 선택으로 죽은 피터의 형과 피터, 소련 스파이 케언크로스, MI6의 멘지스까지...앨런 튜링의 행동은 지나치게 논리와 계산에 매몰되어 그것이 비안건적인듯 보이지만, 정작 그를 비인간적이라고 하는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비인간성은 '그래서 무엇이 인간적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한다. 앨런의 뇌는 garbage in garbage out 이라는 전통적인 컴퓨터의 문법처럼 한 치의 위장과 가림 없이 작동하지만, 정작 그것은 한편으로 많은 이들은 구원하고, 동시에 많은 이들의 희생을 선택한다. 그런 면에서 그는 인간과 컴퓨터 모두를 안고 있는 인간이지만, 소련 스파이가 밝혀진 시점부터 그가 키이라 나이틀리에게 보여준 행동은 그가 철저히 인간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2. 앨런이 로버트 녹 형사에게 이야기하듯, 인간의 선호와 취향은 그 존재의 무한함만큼 무한하고 다양하다. 고로 어쩌면 다름(물론 이 다름조차도 거대한 경험적 데이터가 다르게 축적된 차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지만)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하지만 앨런은 인간들이 만든 제도와 편견, 관념과 이데올로기에 의해 파괴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앨런을 파괴한 이 제도와 편견, 관념과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놀랍도록 강력하게 작동한다. 대구와 서울의 퀴어 페스티벌에 대해 가해진 일부 원리주의 개신교 교회의 공격, 인종을 위시한 여러 마이너리티에 대한 이 사회의 폭력과 억압은 여전히 존재하고, 이 시간에도 작동하고 있다. 앨런은 비록 비인간적인 그래서 통계라는 도구로 정당성과 설득력(어쩌면 그것은 멘지스 등 윗사람이 아니라 팀원 그들 스스로에게 어떤 구원의 여지 같은걸 남기는 그런 정당성일지도..)을 부여한 선택을 통해 사람을 살렸지만(동시에 죽음을 방조했다.) 그가 살려낸 사람과 체제와 국가 그리고 그 부산물들은 그를 파괴했다. 누군가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신의 창조물이기에 본질적으로 하나의 오리지날 타입에서 파생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오리지널 타입을 상정함으로 수많은 파생물들에게 폭력적일 수 있다. 신의 창조물임을 이야기하는 그들은 그것이야 말로 인간적인 것이라 하지만 정작 우리는 무엇이 인간적인지 잘 알고 있다. 선호와 취향이 인간의 숫자만큼 무한한 세계와 폭력적 기준이 되는 하나의 원형이 존재하는 세계 중 무엇이 더 인간적인가?

3. 한편 드는 생각은 여전히 우리는 관계에 있어 암호와 해독, 그리고 암호화와 해독을 위한 알고리즘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녀와 젠더, 세대, 경제적 계급, 사회적 지위, 교육, 정치적 지향, 출신 지역 등 수 많은 이유로 아니 인간이 존재론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떤 한계와 결함으로 우린 수많은 오해와 몰이해, 숨김과 가림, 위선과 가식 등 암호를 생산하고 있고 한편 다른 한 측에선 만나고 이해하고 알기 위해 이를 끊임없이 공략한다. 놀라운 건 이런 암호화 기제 덕분에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암호화 불능자들은 배척받고, 이상한 놈으로 낙인찍고 억압 받는다.

이에 관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앨런과 조안의 약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휴와 조안의 동료가 서로에게 구애의 암호를 날리고 이를 해석하는 장면이다. 그 두 사람 사이엔 단 한 먀디의 말도 주고 받지 않은 채 시선과 외면을 마치 하나의 모스 부호들처럼 활용하여 관심과 구애를 주고 받는다. 또 하나는 소련 스파이가 밝혀진 이후 앨런이 조안에게 자신을 떠나라고 할 때 보여준 암호들...얼마나 피눈물 날까? 난 당신을 사랑하지만 나로 인해 당신이 위험한걸 원하지 않는다는 남자와 그걸 해독하지 못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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