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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뵈도 문학소년

우리가 만든 세상 7월 31일, 경산이 39도 찍던 그 날 아침에 가창댐에 있었던 한국전쟁 시기 가창골 민간인 학살 사건 관련 위령제를 다녀왔습니다.중간에 대구 10월 문학회(10월항쟁을 기리는 문학회입니다.) 선생님들이 쓰신 시를 낭송하시는데 그 중에 이정연님이 쓰신 시가 유달리 귀에 들어와서 여기에 옮겨 둡니다. -------------------우리가 만든 세상 이정연(대구 10월 문학회) 우리는 왜 먼 곳의 학살만 기억하는가아우슈비츠라는 말만 들어도가스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냄새가 나는 것 같고몸부림치며 벽을 긁은 손톱자국이 보이는 듯한데경대병원으로 병문안 가던 삼덕동 어느 골목이나여름 운피스 사러 현대백화점 가던 반월당 어디쯤에서1946년 10월에 쌀을 달라, 친일경찰을 처단하라고 외치던군중의 무리 속 누군가와.. 더보기
우리가 어느 별에서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저문 바닷가에 홀로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더보기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박노해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외로워도 슬퍼도 죽지 마라 괴로워도 억울해도 죽지 마라 시위하다 맞아 죽지도 말고 굶어 죽거나 불타 죽지도 말고 가난한 자는 죽을 자격도 없다 가난한 자는 투신해도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가난한 자는 분신해도 아주 차가운 눈빛 하나 가난한 자의 생명가치는 싸다 시장에서 저렴한 너는 잉여인간에 불과한 너는 몸값도 싸고 꿈도 싸고 진실도 싸고 목숨마저 싸다 가난한 자들은 죽을 권리도 없다 죽으려거든 전태일의 시대로 가 죽든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가 죽든가 제발,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선진화의 시장에서는 죽지 마라 돈의 민주주의에서는 죽지 마라 아, 가난한 자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우리 죽지 말고 싸우고 죽을 만큼 사랑하자 가난한 우리.. 더보기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아저씨 사진전이 10일에 끝난단다..그전에 내가 올라갈 확률은 희박하다...영어 수업을 다 버리고 가야 하는데 내가 과연 갈 수 있겠나... 대낮 울적한 맘에 박씨 아저씨 글귀 하나 던져본다...비록 그의 글이 주는 울림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 할지라도 박씨 아저씨는 여전히 박씨 아저씨다...ㅋ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산 가장 높고 깊은 곳에 사는 께로족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희박한 공기는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고 발길에 떨어지는 돌들이 아찔한 벼랑을 구르며 태초의 정적을 깨뜨리는 칠흑 같은 밤의 고원 어둠이 이토록 무겁고 두텁고 무서운 것이었던가 추위와 탈진으로 주저앉아 죽음의 공포가 엄습할 때 신기루인가 멀리 만년.. 더보기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나무 그늘에 앉아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더보기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섬의 서문에서 인간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며, 참으로 쓰라린 일이다. 행복을 잃기는 무척 쉽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언제나 분에 넘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친구여, 너에게 중요한 비밀을 한 가지 말하겠다.마지막 심판을 기다리지 마라.마지막 심판은 언제나 항상 일어나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읽고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고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 알베르 카뮈스승 장 그르니에 '섬'의 서문 중 ----------------- 서점에 들렸다가 장 그르니에와 알베르 카뮈가 주고받은 서한집을 감히 샀다.(돈도 없는 놈이 책 살때는 언제나 용감하다. 후회가 곧 돌아오는건 문제 되지.. 더보기
박노해,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박노해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슬퍼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삶에서 잘못 들어선 길이란 없으니 온 하늘이 새의 길이듯 삶이 온통 사람의 길이니 모든 새로운 길이란 잘못 들어선 발길에서 찾아졌으니 때로 잘못 들어선 어둠 속에서 끝내 자신의 빛나는 길 하나 캄캄한 어둠만큼 밝아오는 것이니 더보기
송경동, 무허가 무허가 송경동 용산4가 철거민 참사현장점거해 들어온 빈집 구석에서 시를 쓴다생각해보니 작년엔 가리봉동 기륭전자 앞노상 컨테이너에서 무단으로 살았다구로역 CC카메라 탑을 점거하고광장에서 불법텐트생활을 하기도 했다국회의사당을 두 번이나 점거해퇴거불응으로 끌려나오기도 했다전엔 대추리 빈집을 털어 살기도 했지허가받을 수 없는 인생그런 내 삶처럼내 시도 영영 무허가였으면 좋겠다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이 세상 전체가무허가였으면 좋겠다[출처] 송경동-무허가.|작성자 외론늑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