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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 잉여

인사이드 아웃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우리는 대개 '분열'을 비정상적 상태로 전제하고들 살아간다. 하지만 대개 세계는 분열적이고 혼종된 것들에 의해 나아간다. 순수와 하나됨에 대한 지향은 놀랍도록 배제와 편집증으로 치닫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사실 우리 속에도 수 많은 분열적인 여러 의식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들 간의 관계 맺고 혼종을 일으키고 뭔가 고유한 것을 형성해나가는 것이 삶일지도 모르겠다. 상이하고 분열적이고 상충될 수 있는 관계와 경험, 인식과 감각, 오성은 그렇게 우리를 구성하고 있다.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는 내내 분열과 혼종을 생각한다. 우린 대개 '나'라는 존재를 하나 혹은 하나의 면으로 파악하기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 감각, .. 더보기
소수의견 소수의견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희생하는 사람과 봉사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박재호는 국가를 위해 희생을 했고, 나는 나(검사)는 나라를 위해 봉사를 했지. 근데 넌? 넌 대체 한게 뭐니?” -영화 끝 무렵, 홍검사(김의성)이 윤진원(윤계상)에게 2009.1.22 용산참사 현장, Minolta X300 50.4mm Fuji Superia 200. (살면서 처음으로 바싹 긴장하고 사진을 찍었었다. 그 한마디가 그날의 분위기를 드러내리라 믿는다) 2009년 1월 19일이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새벽에 용산 철거현장에서 불이나 농성하던 철거민과 경찰들이 죽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사실 그날 첫 기사를 볼 때만 해도 이 일이 이렇게 큰 일이 될지 쉽게 짐작하지 못했.. 더보기
극비수사 극비수사 원래 새벽 1시에 하는 무뢰한을 보려고 시내를 나갔다가 갑자기 쇼핑을 하면서 짐이 생겨 1시 무뢰한을 포기하고 마침 시간이 맞은 극비수사를 보게 되었다. 영화는 나름 알려진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독불장군 형사와 묘한 도사가 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납치 사건을 추적, 수사하는 영화라기에 유사한 형태의 수사물, 범죄물을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인접한 장르가 대개 보여주는 형태의 긴장감과 위기 혹은 액션, 스릴러 같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수사 과정 자체는 상당히 평이하고 극의 주된 에너지원으로 긴장감을 부여하기 보다는 단지 무언가를 풀어나가기 위한 소재라는 인상이 강하다. 즉 경찰이 납치범을 잡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극의 요소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영화.. 더보기
한여름의 판타지아 낮에 회계 최종 보고 준비하다던중 잡생각에 빠졌다. 영화 생각을 하며 세번째로 한번 더 볼까? 하며 영화 장면들을 되짚다가 이걸 깨닫고 시덥잖은 이야기일지 몰라도 메모로 남겨본다. 1. 챕터 1과 챕터 2의 관계 처음엔 서로가 서로의 과거이자 미래이며 이야기이자 현실이며 등 단순 선형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 생각이 틀린것이 아닌가 싶다. 챕터 2는 챕터 1에서 감독이 모은 이야기들을 총체화한 극이다. 분명하다. 2. 유스케, 혜정, 미정, 겐지 그리고 요시코 1의 이유는 이렇다. 챕터1의 유스케는 한국인 여성을 안내했지만 로맨스가 없다. 하지만 겐지는 오사카에서 요시코를 닮은 한국인 유학생들 만나 고백했다. 사실 그런면에서 챕터2의 다케다 유스케는 챕터 1의 다케다 유스케와 챕.. 더보기
다큐멘터리 같은 로드무비, 로드무비 같은 사랑 이야기: 어디에나 있을법한 언제나 있음직한 다큐멘터리 같은 로드무비, 로드무비 같은 사랑 이야기:어디에나 있을법한 언제나 있음직한 한여름밤의 판타지아 두 번이나 영화를 보면서 내내 하나의 고민을 하게 된다. 와 의 관계가 무엇일까? 현실과 극, 현실과 이야기,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혹은 현재와 미래 등 양 장의 관계를 푸는 방정식을 찾아 보지만 무엇 하나도 분명하게 떨어지는 것은 없다. 두 챕터는 서로에게 과거이자 미래이며 다시 과거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꿈이고 현실이며 다시 꿈이며, 이야기와 꿈이며 다시 이야기다. 유스케는 세 명의 한국인을 만나지만 그 중 둘은 하나이거나 혹은 둘일수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서로가 없으면 어느 하나도 특별할 수 없다는 것. 한편 이 영화를 촬영한 이들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배우들이 무진장 고생했.. 더보기
하나와 앨리스-살인사건(2015) 하나와 앨리스-살인사건(2015) 1999년 2월, 아파트 공중전화였다. 그 아이는 내 초등학교 동기, 아니 정확히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 여자 짝꿍이었다. 국민학교, 초등학교를 통틀어 동기들의 평균신장 보다 2,30센치 넘게 컸기에 짝궁은 늘 남자 동기거나 아예 없었다. 그러다가 5학년이 넘어서야 이성 짝궁이란게 생겼었다. 뭐 이런 구구절절을 떠나 그날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온 답은 간명했다. “쪽팔려” 부끄러웠다. 내 인생의 러브스토리는 그 서막을 처참한 트라우마로 시작했다.(놀랍게도 쪽팔려라는 말의 의미는 그러고도 시간이 몇해 더 흘러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말의 의미는 중요하지 않았다. 난 그 순간 구리선 넘어의 목소리에서 모든 걸 느꼈기에) 난 살면서 별나게도 질투, 시샘을 해본 적이 없다. 물질.. 더보기
이미테이션 게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내거든... 1. 그래서 무엇이 인간적인가? 이미테이션 게임은 어떠한 질문들을 통해 그 대답이 인공지능의 것인지, 인간의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라고 영화에 소개된다. 한편 생각해보면 영화는 시종일관 수많은 이들 간의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가득하다. 일견 모자라 보이는 앨런에 대해 폭력과 학대를 가하는 급우들, 그를 이상한 놈으로 단정 짓고 고용하지 않으려 한 데니스턴 중령, 휴를 위시한 팀원들, 앨런의 선택으로 죽은 피터의 형과 피터, 소련 스파이 케언크로스, MI6의 멘지스까지...앨런 튜링의 행동은 지나치게 논리와 계산에 매몰되어 그것이 비안건적인듯 보이지만, 정작 그를 비인간적이라고 하는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비인간성은 '그래서 무엇이 .. 더보기
프리모 레비와 이탈리아 일간지 『La Stampa』1986년 인터뷰 중 인터뷰어:『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에는 두 개의 동사가 끈질기게 반복된다. 때로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이해하다’와 ‘용서하다’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이 책을 읽기 위한 두 개의 올바른 열쇠인가? 프리모 레비: ‘이해하다’는 네, 맞습니다. 40년 전부터 저는 독일인들을 이해하기 위해 헤매고 있지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제게는 하나의 삶의 목표입니다. 하지만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저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화학자입니다. 제 주위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죠. 인터뷰어: 그렇다면 용서한다는 것은? 레비: ‘용서한다’는 것은 제 말이 아닙니다. 제게 짐 지워진 말이지요. 왜냐하면 제가 받는 모든 편지들은, 특히 젊은 독자들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