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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정념적인, 사적인

편지...

빙판길이 미끄러운데 집에는 별탈없이 잘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아까 사무실 앞에서 들은 이야기, 아니 이전부터 네가 해왔던 이야기가 다시 날 번민하게 하는거 같다.

 

마음같아서는 내 맘, 내 생각 다 말하고 싶지만...난 그래 강한 사람이 아닌거 같어..

 

이렇게 밖에 내 상황을 고하지 못하는 내 못남을 이해해주라

 

 

아마 지금 난 길을..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를 상실한거 같아, 그 언젠가 부터 지리하리 이어지는 주변과의 갈등, 특히 민주노동당의 3당 합당과 그 이전 사회주의강령 삭제때부터 이어져온 생각의 갈등, 내 부족한 인성으로 인해 생기는 인간적 갈등들, 생각의 갈등에 이어져온 억누름과 울분, 답답함...그렇게 2012년이 시작되고 총선에 희망을 걸었지만 돌아온건 5월의 당사태..내가 보기에 모두 잘못이 있찌만 서로가 서로를 힐난하고 자신들만이 지고지순하다 하는 상황에서의 혼란과 좌절감, 답답함.....이정희 후보가 결정되기 이전과 그 과정, 본격적으로 대선으로 돌입하고 사퇴하고 대선의 결과가 절망적으로 나온 지금까지 이어지는 내 답답함...

 

학생운동때 부터 그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 했지만 정작 난 학생운동을 하는 그 시간동안 변화와 혁신의 상을 찾아내지 못했지...아니 어쩜 찾으려 하지 않은건지도 모르겠다. 두려움..불안 그런것들이 날 붙잡은걸지도 모르겠다. 학교 선배들의 동의할수 엇는 판단과 실천, 이론에 반발은 하였으되 나에겐 그걸 넘어설 실체적 대안을 만들어낼 역량 내지 의지가 없었던게 아닐까, 돌이켜보면 그 3,4년전의 한계까 지금도 해소되지 못하고 반복되는거 같다..왜냐면 그때 나도 길을 잃었고 단대선배들과의 갈등으로 밀려나 1년 가까이 야인으로 지냈었으니까...

 

다행히 그래도 학생운동의 끝은 안티가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으로 마무리 한거 같아..그것이 성공했는지 유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외롭고 힘들었던 그해 여름 우연히 교준이형이 종욱이형 미니홈피에 남긴 박노해 시인의 길 잃은 날의 지혜는 내게 총학생회의 변화가 학생운동의 변화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그 진리를 내게 보여줬고..난 그렇게 과로 달아갔지

 

그런데 지금 내 상황은 그때보다 더 힘든거 같아

 

정말 진정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편히 선배들 가던길 따라가고 같이 가면 될터인데, 그 선배들 개인개인에 대한 존경과 우러럼에도 불구하고 선배들의 생각과 논의가 불편하고 동의되지 않고...몇번의 고비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도 내보았지만 결국 그건 공허한 나 혼자, 개인 이시훈의 목소리였을뿐이었지...

진보적 사회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의 혁신과 변화를 고민하지만 난 아직도 혁신과 변화, 반대에 머물러 있는거 같다. 그러면서 생긴 이상한 관성,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는 그게 내 삶을 지배하고, 새로운 실체와 이론같은 뭔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나약한 지식인의 공허함은 나 스스로를 늘 소모만 시키지....난 그래 강한 사람이 아니거든...물론 모든 사람이 똑같이 살과 뼈에 36도의 온기가 흐르지만..난 그중에서도 가장 나약한 사람이거든...결국 내 한계, 내 모순에 봉착해 허우적 거리는 날 가장 잘 보고 비춰주는게 당신인거 같아.그래서라도 좀 더 열심히 살아야 하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실천해야할텐데...지금은 사실 잘 모르겠다. 공부의 목적이던 민주노동당의 강화와 혁신도 내겐 사라져버린 과거가 되었고...목적잃은 공부는 내게 그저 두뇌의 향락에 불과하고, 의지 잃은 젊음은 그저 젊음을 소비만 시키는거일뿐이니까....이대로 호숫가의 부초처럼 가라앉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고마워, 나 혼자 내 한계와 모순을 외면하고 외로이 썩어들어가지 않는건 그래도 날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여러 선배들과 당신때문이니까...

 

지금은 좀 지랄맞아도..그래도 우예 다시 일어날꺼야....공부의 길로 돌아갈지 활동가의 삶을 갈지, 언론인의 삶을 갈지는 모르겠지만...번민과 선택의 순간이 그리 멀리 있진 않으리라 보니깐..ㅎ

 

우리 열심히 살자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 삶의 영역에서 마주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그렇게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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