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대전 시대의 최전선, 성주를 위하여

 

34번째 성주 촛불 Photo by 김도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의 핵심적인 장비인 고고도미사일 요격체계(THAAD. 이하 싸드’)의 한국 배치 문제가 장마처럼 슬쩍 다가와 번개처럼 결정되었다. 배치여부와 배치 장소를 두고 중, 러 등 인접국가와 국내 평화론자들과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기습적으로 성주군의 시가지와 인접한 과거의 방공기지에 싸드 배치를 결정했다. 싸드 미사일 포대와 광범위한 지역을 탐색할 수 있는 레이더의 배치는 북한의 탄도탄과 핵공격 방어를 명목으로 하지만 조금만 그 내막을 아는 이라면 이 미사일의 한국 배치는 철저히 중국에 대한 견제이며 미국의 전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구 근교의 조용한 성주는 단 몇 마디의 배치 발표로 인해 동아시아 대전 시대의 최전선이 되어버렸다.

  싸드의 배치 과정은 문제투성이였다. 국방부는 특정한 지역의 민간 사회에 지대한 효과를 야기하는 싸드를 배치함에 있어 최소한의 민정, 정무 감각을 결여한 채, 안보 우선주의로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마치 국가의 명운이 걸렸으니 거역해선 안 되는 절대 명령과 같은 전근대적 태도였다. 어느 날 갑자기 어떠한 사전 토론이나 공청회 한번 없이 싸드는 성주에 내려왔고, 이 불안하기 그지없는 기계 덩어리들의 등장에 주민들은 반발했다. 하지만 정부는 주민을 설득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보단 그냥 안전하니 믿으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그들을 님비로,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였고, 이젠 외부세력, 순수 주민 타령으로 성주 주민들을 분리, 고립시켰다. 공개된 절차와 제도, 정보의 투명성, 관료와 군사 조직 논리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용지역에 주민에 대한 정무적 배려와 주민 참여를 통한 조정과 조율의 기회 등은 애당초 없었다. 이런 국가의 행태 즉 권위주의, 비밀주의, 관료주의, 안보제일주의, 무책임주의, 공안논리, 시민들의 연대를 막는 분리-고립 전략 등은 모두 후쿠시마 원전 참사와 세월호 참사 당시의 한일 정부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여름의 성주는 어떤 면에서 후쿠시마와 세월호를 잇는 결정체였다.

  이런 무리한 과정을 밟아 성주 성산에 싸드가 배치된다면 우리는 비록 46천 성주 시민들에게 불안과 고통을 전가하고서라도 평화와 안전을 이룰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 싸드가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 줄 가능성은 무척 요원해 보인다. 싸드는 북한의 탄도탄과 핵무기의 존재를 배치 이유로 하지만 정작 싸드에 가장 민감한 입장을 가진 곳은 중국이었다. 즉 중국과 러시아를 위시해 많은 이들은 싸드의 존재를 실질적으로 중국(더 나가 러시아까지)을 향한 미국의 전진 압박으로 여겼다. 그리고 이 관계 속에는 남북 관계, -, -, -미 사이의 복잡한 관계 방정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버릴 수 없는 제 1 원칙은 평화다. 이것은 좁게는 국내의 평화, 남북의 평화인 동시에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하는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를 의미한다.

  이 평화에 대한 갈구는 너무나도 취약하다. 미국은 중국과 친교하면서 동시에 대 중국 압박, 봉쇄 체제를 바탕으로 한 질서 유지를 대전략으로 두고 있다. 중국은 어떠한가? 대국다운 역할과 움직임을 강조한 대국굴기와 유소작위라는 중국의 전략은 결국 미국 주도의 서태평양에서 중국에 의한 질서 변화를 이야기한다. 즉 미중 양국은 한쪽에선 친교와 협력을 강조하며 다른 한 면에선 홋카이도에서 말라카해협에 이르는 지역에서 충돌하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의 땅에 싸드가 배치된다는 것은 우리가 더 확고한 미일한 동맹 체제에 들어섬을 의미하며, 이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맹이 빌미가 되어 분쟁에 휩쓸리거나 핵심 교역국 중국과 소원해질 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싸드 배치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의 평화의 가능성을 위축시키고, 이 지역을 동맹과 군비 경쟁의 공간으로 분할할 것이다. 이 모든 변화는 21세기 냉전으로 동아시아 대전을 더 치열하고 뜨겁게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의 희망과는 상관없이.

  한 여름의 성주는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아시아에서 남중국해와 더불어 동아시아 대전 시대의 새 국면을 여는 지역이 되어버렸다. 다시 반복하듯이 우리의 원칙, 우리의 이익, 우리의 희망은 평화다. 동아시아에서의 어떠한 전쟁도 우리에게 긍정적인 전쟁일 수 없다. 이 대전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 우리는 싸드와 맞서야 한다. 싸드를 넘어 동아시아 대전 시대를 평화의 시대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겐 국제적인 연대와 동시에 일국 내의 권위주의, 안보우선주의, 관료주의, 비밀주의와 맞서야 한다. 또한 끊임없이 적을 만드는 순수, 외부세력, 종북의 논리와도 맞서야 한다. 그것만이 오키나와 후텐마와 제주도 강정에 이어 전쟁에 맞서 자신의 삶을 지키고자 싸우는 성주의 시민들의 싸움에 응답하고 연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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