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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피질의 낭비

대학의 변화와 대학 문화의 변화

아래의 기사를 보고 개인적 경험을 보태어 생산함을 알립니다.

http://m.nocutnews.co.kr/news/4452525


대학의 변화와 대학 문화의 변화


올해 봄이었나 작년 가을이었나, 학보사 정기 기고 하면서 대학언론의 위기 이야기를 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대학언론의 위기에는 한 사회의 고유하고 구분 가능한 하위 집단으로 '대학'의 소멸이 있다고. 과거 90년대 초중반 학번때 까지만 해도 분명하게 존재했던 대학과 대학생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이 문민정부 시기 대학설립준칙주의와 대학의 입학정원 허가제 폐지 등의 이유로 전체 학령인구의 절대 다수가 사실상 대학을 진학하게 되며 20대와 구분되지만 20대를 대표했던 대학, 대학생이랑 정체성이 강하게 희석되었다고 말이다.

난 과거 한국의 민주화와 기타 사회운동들을 추동했던 학생운동의 쇠락에는 연대사태와 같은 공안 정국 그리고 내부의 여러 오판과 오류들도 있었겠지만 전대협 내지 한총련 초기와 질적으로 변화한 대학의 성격을 간과한게 컸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비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 성향이 강한 세대, 즉 한국이 비교적 가장 살기 괜찮았던 80년대 태어난 세대들이 X세대를 이어서 대학에 들어오면서 이런 경향이 가속화 되진 않았는지 생각된다.

즉 하위 집단으로 대학과 대학생이 사멸하고 당연히 그에 따라 하위 문화로써 청년문화, 대학문화가 소멸하니 당연히 그들이 가졌던 고유한 소비 패턴, 소비 지향도 따라서 쇠퇴하고 새로운 소비주의적인 세대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프렌차이즈들이 대학을 점령하는게 아닐까?

개인의 경험으로 돌아가 보면 2008년과 지하철의 영남대 연장은 대학 앞 소비 문화에 있어 질적인 급변을 가져왔던 것 같다. 2008년이 하나의 시간으로는 별 의미를 가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름 영대 앞에서 그 고유한 정체성을 표상하던 "쪽닭"과 "분식주점"들이 그 시기에 모두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화장품 로드샵들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어 전형적인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스타일의 호프집들이 쇠퇴하고 그 자리에 이른바 룸식 호프가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전통적인 경양식집(샤르망이나 몽돌 등 내가 사랑했던 집들..)을 대신해 캐주얼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내지 일식 돈까스 등이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카페가 영남대 앞에 대규모로 형성된 것도 그 시기고.

또한 지하철이 생기면서 영남대 정문 앞(영남대는 구조적으로 정문과 뒤쪽 테크노 파크 외엔 상권 형성이 불가능한 구조다. 물론 지금에는 동쪽 신대부적 택지 개발과 제 2 원룸촌이 생기며 변화의 단초는 생겼지만 그곳에 새로운 대중 소비를 수용할 상업구역이 생길려면 10년은 더 걸릴것이다.)의 지대가 급상승하고 자체적인 정비사업이 진행되며 작은 가게들이 대거 퇴출되었고 본격적으로 프렌차이즈와 동성로의 주류적인 소비 문화가 영남대 앞으로 확장되었다.

아직도 나는 2007년, 2008년 종욱이형 석원이형 병우형 광희형 보람이형들과 다미분식 2층 다락방에서 먹던 참소주를 기억한다. 안주가 좀 떨어질때면 이모가 다락방에 올려주시던 그 계란탕도 기억한다. 하지만 이미 10여년도 다 되어가는 과거의 일이다. 우리의 기억이 묻어있는 그곳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