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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 잉여

셀마와 암살

우연히 같은날 셀마와 암살을 모두 보게 되었다. 원래는 셀마를 보고 책을 보고 들어가려 했는데 들어가는 길에 가족들 끼리 급 암살 번개(?)가 결성되어 하루 만에 장편 영화를 연달아 두 편이나 보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셀마와 암살이란 두 영화를 본 소회를 각기 적으려다 우연히 양 영화 사이에 묘한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사실은 두 개 쓰기 귀찮아서) 이렇게 하나로 엮어서 써보게 되었다.





 

두 영화의 핵심적인 소재는 자유와 해방의 서사에 있다. 물론 이것을 다루는 방식과 풀어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셀마가 마치 다큐멘터리의 그것처럼 서사를 재현하고 그 과정에 보이는 킹과 그의 동료들의 고뇌를 묘사하며 몽고메리 대행진을 다룬다면 암살은 철저히 허구적이고 상업적이고 장르적이다. 물론 암살에는 수많은 실제 지사와 의사들의 역사가 투영되어 있다. 감독이 인지하였건 아니건 상관없이 나석주, 김상옥, 김산 등 우리에게 잊혀진 의열 지사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약산과 백범에 이르기 까지 실제 1920~30년대에 나타나 의열 운동과 투쟁을 전개한 지사들의 모습이 영화 속에 들어 있다.(참고로 김원봉이 그렇게 영화에 비중 있게 나온 것이 처음인 것 같다. 영화 아나키스트가 의열단을 다루긴 했지만 영화 속 인물들에서 김원봉을 읽어내긴 어렵다.)

그리고 처음 암살을 보고 나왔을 때는 들어가기 직전 우려했던 도둑들의 잔상이 많이 지워졌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국 이 영화가 도둑들의 구조를 마치 일제시대와 독립 의열운동이라는 바탕 위로 옮겨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사실 도둑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다 본 것이 아니라 약 네 번에 걸쳐서(다섯번이었나?) 나눠서 본 탓에 그 기억들이 다소 단편적이고 파편화 되어 있어 속단하긴 힘들지만 적어도 영화가 주유소 습격 장면에 이르기 까지 적어도 전지현과 그 동료들, 이정재의 존재 등은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나 도둑들에서 보는 서두의 구조와 닮아 있지 않은가 싶다. 아 그리고 거기에 하정우와 오달수라는 외생변수를 더했는데, 문제는 이 하정우와 전지현의 전사(前史)를 만들어 이후의 극전개를 위한 복선으로 활용했다는 것 정도가 구체적 차이가 될 것 같다.

한편 영화 후반부에서는 극 초반에 깔아둔 쌍둥이 복선과 이정재와 하정우의 변심과 변절에 따른 매우 복잡한 관계와 오해, 오인들이 만들어지는데 이 부분에서 좀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요컨대 집사인 김의성의 죽음은 극의 전개에 왜 필요했는지 그리고 김의성이 왜 전지현의 어머니와 전지현을 살렸는지, 하정우는 왜 갑자기 다른 선택을 했는지(살부계 정도가 단서가 되긴 하지만), 조진웅은 어떻게 하정우를 쏘지 않았는지 등등 설명되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이것들을 놔둔채 단지 결혼식장 장면에서 오해와 오인만으로 극을 끌고 가는건 아닌지....(결국 이 오해와 오인의 결과 조진웅만..)

이런 좀 어리둥절함, 답답함은 있지만 결혼식장 총격신이나 주유소신은 정말 혼을 빼놓을 정도로 재미난 부분이 있었고, 극의 결말은 다소 상투적일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드러내는 현실의 맥락이 있다.

암살이 자유를 위한 투쟁의 서사를 바탕으로 감동을 짜내는 상업, 액션 영화라면 셀마는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훨씬 진지하다. 영화는 화려한 눈요기 거리 하나도 없이 킹의 고뇌와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이들의 갈등과 내부 투쟁, 그럼에도 그들을 믿고 따르는 흑인 대중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외부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영화 내내 보여지는 남부연합기와 대사 속에 존재하는 KKK의 존재 그리고 극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대사로 처리된 말콤 엑스 암살 등 그들을 조여오는 탄압과 협박 속에서 고뇌하고 흔들리되 대원칙을 견지하며 몽고메리로 가는 이들을 진중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킹은 투철하지만 흔들리는 존재이며 불확실과 학고함, 현실에 대한 우려와 원칙에 대한 열의 사이에 고뇌하는 존재다.


사실 두 영화가 자유를 위한 서사를 다루는 상이한 방식을 택하는 것은 영화 자체의 성격도 한 원인이겠지만 한편으로 두 운동의 근본적인 속성 차이에서 기인하는 바도 클것이다. 암살에 나오는 이들이 지극히 전위적이고 고립되고 은밀히 움직이는 의욜운동인데 반해 셀마의 몽고메리 대행진은 본질적으로 광범위한 대중에 호소하고 실천하며 그들을 조직하고 연대하며 이를 자원으로 권력을 압박하고 있다. 그렇기에 셀마에선 흔들리고 고뇌하며 나아가는 리더십이, 암살에서는 영웅적인 캐릭터들이 부각될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결론은...아 하정우...내 주변 여러 여성동무들의 심장을 쏘고 간 그 남자 ㅋ



이번엔 누구 심장을 털어볼까?

 


사실 영화를 보고 며칠의 시간이 흐른탓에 부실하고, 덥다는 핑계로 교열도 날림~....반성하겠습니다.


아 셀마에 이 소감을 꼭 넣어야 한다! 앨래배마 주지사 놈을 어디 가둬놓고 우리의 명작 아미스타드와 노예12년을 한달 내내 보게 하고 싶었다.


아 또 하나더. 셀마는 엔딩 부분에서 전통적인 스태프 롤이 아니라 영화 전체를 정리하는 뮤직비디오 같은 엔딩영상을 플어주는데 영상도 음악도 가사도 매우 감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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