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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피질의 낭비

병근이에게: 진보결집 더하기 그리고 진보결집에 관한 복잡미묘함.

며칠전 내 친구 오병근이가(내 주변에서 불온하기론 몇 손가락 안에 들것이다.) 진보결집 더하기 홈페이지를 링크하며 내게 의견을 구했다. 녀석은 당적은 정의당인것으로 추정되는데 요즘은 예전 민노동-진보신당-노동당으로 이어지는 특정 파의 주요 인물인 냉면 가게 주인장의 열혈 팬이다. 아마 냉면 가게 주인님께서 올 봄부터 진보결집의 목소리를 높이고 진보결집 더하기에서도 한 축을 맡고 계시기에 그것을올렸을 것이다.

원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 다시 내 당이 생겻으면 좋겠다. 물론 개 농땡이 놈팽이이지만 '내가 OO의 당원이다."라는 정체성이 주는 그 강력한 에너지를 맛보고 싶다. 그리고 비록 노동당과 무관함에도 노동당이 진보결집으로 결정하길 매우 열렬히 바랬고, 응원했다.(한편 더 정확히는 독자생존이 반정치적 사고에서 연유한다는 의식도 컸다.)
허나 진보결집 더하기를 보는 기분은 내가 병근이에게 했던 말을 빌려 '복잡 미묘'하다. 이에 그때 못한 답 삼아 짧막한 몇 가지 질문과 소회를 정리해보려 한다.

상이하게 나뉘어 있는 이들이 만난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지난한 과정을 요구로 한다. 당장 멀리 안가도 결혼이나 연애만 해도 성격이 맞지 않아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정치적 조직의 통합은 어떻겠나? 그렇기에 통합에 있어 필요한것은 통합에 대한 결정을 넘어서 통합을 이뤄내기 위한 통합 과정에 있다. 그리고 여기서 통합의 목표와 정체성, 지향 따위는 매우 중요한 접착제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아직까지 목표나 정체성, 지향이 사실 그렇게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진 않는다. 며칠전 김세균 선생님께서 대구에 오셔서 반신자유주의를 지향으로 제시한듯 한데, 난 '정말 XX에 반대하는'이란 명제가 건실한 공통 기반의 토대가 되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과연 그 대상이 신자유주의와 같이 파산을 맞이 하고 있는 대상이라면?

그리고 한편 현재 진보결집 더하기를 구성하고 있는 어른들께서 답하셔야할 것들도 있을 것이다. 2012년엔 왜 독자파였고, 지금은 통합파냐는 것이다. 아 물론 그 당시 진보신당이 국참당 변수로 의견이 매우 층층이 나뉘었던 것은 알고 있지만 적어도 그 변화의 과정은 설명되어야 한다. 적어도 2012년은 이것이 내적인 문제였다면 이번엔 다르다 정도라는 언명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난 내가 무관심해서인지 몰라도 이것을 그다지 분명한 무언가로 접하지 못했다. 사실 2012년 총대선이 정치공학적 조건에선 훨씬 좋은 '산출'을 뽑아낼 기회였는데 그땐 안되고 지금은 통합 해야 하는 이유란 무엇일까? 이는 앞의 첫번째 문제와 더불어 진보결집에서 엄청 중요한 질문이 아닌가 싶다. 혹시 2012년엔 NL계열이 주도해서 안된다는 답 같은게 표면 아래에 존재한다면 이 통합은 안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2011년 가을 겨울의 기억이 있다. 내가 당시에 민노-국참 통합 반대론으로 썼던 논거중 하나는 여러 선배들이 무의식적으로 썻던 '견인론'이다. 정치공학과 공통의 이익이 그 과정을 견인하기에는 이 동네는 너무 고결하다. 그렇다면 그 고결함, 순수함에 부합하는 근거가 필요하지 않을까...

뭐 더 생각나는 것들이 있지만 사실 병근이의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으로 이정도면 충분할것 같다. 여전히 진보결집 더하기는 범노동당(탈당자가 많으니..)계의 의견그룹의 하니일뿐이고, 진보결집을 독자적으로 추동해나갈 동력도 미미해 보인다. 여튼 어서 뭐든 해서 예전 민노당 같은 좋은 당이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