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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적 불온함

기억투쟁

  






  오늘 정지창 교수님에 대한 부당한 명예교수 배제를 규탄하고 영남대학교의 퇴행적인 비민주성과 그것의 근원인 왜곡된 역사와 소유구조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대구에서 영남대 정상화 시민대책위와 지역시민사회단체, 학계, 문화예술계까지 아울러 열렸습니다.


  기자회견 마치고 기자 한분과 영남대 한바퀴 돌며한 이야기가 있어 잠시 여기 정리해서적어 봅니다








   영남대학교에는  두 분의 인혁열사 선배가 계십니다. 과거 재심 판결 이전 운동권 선배들이 열사들의 추모비를 학교에 세웠지만 학교측의 방조하에 국가 공권력은 "이적세력" 인혁당의 추모비를 산산히 조각내버렸습니다. 그리고 재심 판결 이후 학교측과 영남대 민주동문회, 영남대 총학생회는 학교와 인혁당 추모공원 조성이나 추모비 제막의 문제를 논의했으나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전 영남대 문제의 본질이 두 가지라 생각합니다. 하나는 사립학교의 민주주의적인 운영구조와 공공성과 역사적전통이 조화된 소유구조라는 구조의 문제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바로 이데올로기와 기억투쟁의 문제입니다.


  전 특히 후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경주 최부자집으로 대표되는 뜻 있는 경북지역 유지와 지역의 독립운동 세력이 결합하여 애족, 애국의 기치로 민족의 동냥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청구대학과 대구대학이 어떻게 박정희의 폭압적 권력에 의해 찬탈되고 통합되었는지, 왜 박근혜 이사장 취임 이후 영남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박정희를 교주(校主)라고 학교 학칙에 명명했는지 학교는 그 진실에 대한 기억을 거부합니다. 박정희와 박근혜라는 살아있는 정치권력과 그들의 이데올로기에 편승하고 새마을운동과 같이 지극히 논쟁적인 정책을 새로운 제3세계 국가 개발의 모델인냥 팔아먹는 학교의 행태...이것이 과연 기억과 이데올로기의 싸움이 아닐까요


  역사의 제대로된 평가도 거치지 못한채 가장 논쟁적인 균열의 지점에 놓인 새마을과 박정희를 왜 굳이 영남대는 스스로 껴않으려 할까요? 과연 정말 영남학원의 설립자가 박정희라는 신앙때문일까요? 그래서 그들은 학문, 사상, 양심의 자유와 다양성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이단인 정지창 교수님을 배제하고 여러 교수님들을 억압하는걸까요? 도대체 학교는 무슨 생각으로 그 독재자와 그로 부터 학교를 '상속'한 과거의 유령들에게 학교를 갖다 넘기고 그들을 브랜드화 하겠다고 하는걸까요..정녕 그들은 학자적 양심이라고는 저 천마로의 잔디길이만큼도 없는걸까요..? 정녕 정지창 교수님의 말씀처럼 5년도 못가는 정치권력에 편승하기 위해 100년 200년 이어져야할 우리 영남대를 신앙의 공동체로 만들려는걸까요?


  전 영남대를 사랑합니다. 그 드넓은 캠퍼스, 나무가 많은 인문사회계가 있는 캠퍼스 동쪽 지역을, 그곳에 녹아있는 내 수년의 추억과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영남학원은 내게 그저 쪽팔리기 짝이 없는 추한 공간입니다. 인혁열사에게도 이름모를 후배들에게도 그저 진정 부끄럽고 송구스럽기만 할 뿐입니다...대학의 본질적 존재근거를 부정한 저들의 이데올로기 공세 앞에 무력하기만 한 우리가 너무 싫습니다...

  전 영남대학교 공동체가 진정 기억하고 기념해야할것은 박정희와 박근혜, 새마을따위가 아니라 권위주의에 항거하다 돌아가신 인혁당 열사이며 한구사회의 민주화를 이뤄낸 80년대 학번 선배들의 민주화 투쟁이며, 박근혜 비리재단을 몰아낸 학원 구성원들의 민주성이며, 지역과 민족의 동냥을 키우고자 전재산을 학교에 바친 경주최부자의 정신이라 생각합니다....


영남대 문제를 둘러싼 투쟁은 정치의 문제이며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저들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맞서는 우리의 기억투쟁입니다..잊지맙시다 우리의 영남대학교를...같이 힘 모아 지켜냅시다 우리의 영남대학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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